"해킹 당한 美 송유관 복구 늦어지면 휘발유값 7년 만에 최고치 찍을 수도"

입력 2021-05-10 17:06   수정 2021-05-11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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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송유관 운영사인 콜로니얼 파이프라인 가동이 중단돼 워싱턴DC와 뉴욕 등 17개 주에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미국 휘발유 가격이 7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백악관은 콜로니얼 파이프라인 사이버 테러 관련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렸다. 정부가 발휘할 수 있는 긴급 조치 등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미 교통부는 이날 콜로니얼의 유류 공급 중단으로 직접 영향받은 17개 주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에 따라 육로로 연료 수송을 할 수 있게 되고 응급 지원 활동에 동원되는 상업용 차량 규제도 완화된다.

콜로니얼은 멕시코만에 밀집한 미국 정유시설에서 생산한 각종 석유제품을 미 남동부에 전달하고 있다. 송유관 길이는 8850㎞로, 매일 휘발유와 디젤유 항공유 등을 250만 배럴가량 운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동부에서 소비되는 석유류 운송의 45%를 담당한다.

유류 공급이 사흘 넘게 중단되면서 미국 휘발유 가격이 2014년 이후 처음으로 갤런당 3달러를 넘어설 수 있는 전망이 나왔다. 올여름 미국 내 여행 수요가 늘면서 연료 소비도 급증할 것으로 전망한 정유업계는 공급량을 확대해왔다. 이달 말 메모리얼데이 연휴까지는 연료 가격 상승 우려가 높지 않았던 이유다.

하지만 콜로니얼 사태가 연료 가격 상승 시기를 당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미국 평균 휘발유값은 갤런당 2.96달러다. 2014년 이후 미국 평균 휘발유값은 3달러 미만을 유지해왔다. 3달러는 운전자들이 휘발유값 부담을 느끼는 심리적 마지노선이다.

석유, 목재, 곡물 등에 이어 차량 연료 가격까지 오르면 인플레이션 위험을 부채질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조지아주 애틀랜타 하츠필드 잭슨 공항 등 주요 공항도 콜로니얼 송유관을 통해 연료를 공급받아 왔다. 운영 중단이 계속되면 항공기 운항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 사이버 보안 회사들은 이번 사이버 테러 배후로 ‘다크사이드’라는 국제 해커 조직을 지목했다. 기업 등을 노린 해킹으로 얻어낸 돈을 자선단체에 기부해 ‘해커계 로빈후드’로 불린다. 이들은 두 시간 만에 콜로니얼 네트워크에서 100기가바이트의 데이터를 훔친 뒤 비용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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