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정보통신기술(IC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작년 10월 미국 엔비디아가 개발한 슈퍼컴퓨터 ‘슈퍼팟(Superpod)’을 도입했다. 여기엔 엔비디아의 AI 시스템인 ‘DGX A100’이 140대 들어갔다. 업계 관계자는 “DGX A100은 세계적으로 AI 연구에 널리 쓰인다”며 “한 대만 써도 웬만한 AI 연구는 가능한데, 이를 100대 넘게 구축했다는 건 글로벌급 연구를 하겠다는 전략적 행보이자 의지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이번에 도입한 슈퍼컴퓨터의 데이터 처리 속도는 약 14페타플롭스로 추정된다. DGX A100 시스템이 280대 들어간 슈퍼팟이 28페타플롭스로 측정됐기 때문이다. 14페타플롭스는 1초에 1400조 번의 연산 처리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페타플롭스는 슈퍼컴퓨터의 대표적인 성능 지표다.
이는 세계적인 슈퍼컴퓨터 평가기관 ‘Top500.org’의 평가 순위상 20위인 미국 국립에너지연구과학컴퓨팅센터(NERSC)의 슈퍼컴퓨터 ‘코리(Cori)’와 동등한 수준이다. 세계 각국 민간 기업에 설치된 슈퍼컴퓨터만 따지면 엔비디아의 ‘셀린’, 이탈리아 에너지 기업 에니(Eni)의 ‘HPC5’,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담맘-7’, 프랑스 토탈의 ‘파네가3’ 등만이 네이버보다 위에 있다. 페이스북(91위), 인텔(328위) 등도 네이버에 못 미친다.
네이버가 정식으로 Top500 순위에 등재한 것은 아니다. 구글 등의 슈퍼컴퓨터도 평가 대상에서 빠져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도 네이버가 세계 최상위권의 AI 인프라를 갖춘 것만큼은 분명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네이버는 AI 개발 인력 확보에도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회사가 지난해 채용한 개발자 400여 명 대다수가 AI·데이터 관련 인력으로 알려졌다. 올해도 900여 명의 개발자를 뽑는다.
네이버가 AI 인프라를 대폭 강화하는 이유는 회사의 검색 엔진, 네이버쇼핑, 네이버페이 등 사실상 모든 서비스에 AI가 쓰이기 때문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강화된 AI 인프라를 바탕으로 서비스 전반의 AI 기능 고도화, 클로바 AI콜과 같은 AI 솔루션 확대, 한국어 AI 언어모델 개발 등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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