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 회장의 베팅은 ‘신의 한 수’가 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홈쿡(집밥) 열풍이 불면서 슈완스는 CJ 실적 개선의 선봉장을 맡고 있다. 올 1분기에는 CJ제일제당 해외 매출의 절반 이상을 슈완스가 책임졌다.
CJ제일제당은 올 1분기 3조6711억원의 매출(CJ대한통운 실적 제외)을 올렸다고 10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3조4817억원) 대비 5.4%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2201억원)보다 55.5% 늘어난 3423억원을 올렸다. 분기 최대 영업이익이다. 주력인 식품사업과 신성장 동력인 바이오사업이 양쪽에서 실적을 이끌었다.
식품사업부문에서는 전년 동기 대비 2.0% 늘어난 2조306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국내 매출은 전년보다 7% 증가했다. 비비고와 햇반 등 주력 제품군이 두 자릿수 안팎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집콕’ 영향으로 온라인 유통망을 매개로 한 매출도 급증했다.
해외 시장에서는 슈완스가 효자 역할을 했다. 슈완스는 올 1분기 688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CJ제일제당의 전체 해외 매출(1조260억원)의 67.1%를 차지했다. 슈완스가 판매하는 비비고 만두는 미국 냉동식품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전년 대비 미국 시장 점유율은 8.7%포인트 상승했다. 미국 대표 유통채널인 A사의 비비고 입점률은 81.7%로 높아졌다. 슈완스의 유통망을 기반으로 비비고 제품 판로를 확대한 결과다. CJ제일제당은 슈완스 인수 전 3000개 수준이던 미국의 비비고 판매 매장을 3만 개로 늘린다는 목표다.
바이오사업부문에서는 올 1분기 777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14.7% 늘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50.7% 급증했다. 영업이익률은 약 10%를 기록했다. CJ제일제당은 그린바이오사업에서 세계적으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그린바이오는 발효 기술을 기반으로 사료용 아미노산과 식품 조미소재 등을 제조하는 분야다. 수익성이 높은 트립토판과 발린, 알지닌이 주요 제품이다.
바이오사업부문에서 두 자릿수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것도 이 같은 고부가가치사업에 집중한 전략이 들어맞은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료·축산사업부문에서도 전년 동기 대비 8.1% 늘어난 587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베트남 시장 호조세에 힘입어 영업이익은 889억원에 달했다.
CJ제일제당은 화이트바이오사업 분야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화이트바이오는 생물자원을 원료로 산업용 소재를 만드는 분야다. 생분해 플라스틱 등이 대표적인 예다.
슈완스 인수 이후 맞닥뜨렸던 유동성 위기도 해소되고 있다. 2019년 말 159.4%에 달했던 CJ제일제당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34.0%로 떨어졌다. 지난 3월에는 자산을 매각한 뒤 다시 빌리는 ‘세일앤드리스백’ 방식으로 2019년 넘긴 서울 영등포 공장 부지를 다시 사들였다. 영등포 공장에선 CJ제일제당 밀가루의 약 50%가 생산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강도 높은 수익성 개선과 비용 효율화 노력으로 CJ제일제당의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됐다”며 “코로나19 확산세가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에서 HMR 판매량이 늘어나면 1분기 이후에도 실적 호조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박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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