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우 DPR건설 아시아 대표(43·사진)는 “국내 건설사들의 고질병을 해결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가 내세운 해법은 선진형 건설사업 수행 방식인 ‘프리컨(pre-construction)’이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발주사, 설계사, 시공사 등 모든 관계자가 참여해 원가 절감 방안을 도출하고 이익을 키우는 방식이다.
1990년 설립된 DPR건설은 미국 고급 건축 분야 1위 건설회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페이스북, 이베이, 애플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사옥을 건축한 회사로 유명하다. DPR건설은 2011년 한국 법인을 설립했다. 조 대표는 “한국 진출 후 5년간은 이해도가 낮은 프리컨을 설명하고 컨설팅하는 데 주력했다”며 “그 후 30여 개 프로젝트를 맡아서 실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서울에 짓는 지식산업센터 사업을 예로 들어 프리컨을 설명했다. 이 사업은 당초 3.3㎡당 공사비가 484만원이었고 공사기간은 35개월이었다. 약 3개월의 프리컨 과정을 거치면서 공사비는 404만원, 공기는 27개월로 단축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설계가 끝날 때쯤 시공사와 ‘시공사 총액보증한도 계약(GMP)’을 맺었다. 시공 중 생기는 공사비 증액은 시공사가 책임지는 것이다. 이를 위해 DPR건설은 사업 인허가와 동시에 수행하는 설계 작업 때 시공사는 물론 전문 공정협력사와 함께 가상공간에서 건물을 지어보고 어떤 공법이 가장 효율적인지 연구했다. 그는 “프리컨은 세부적으로 공정을 최적화하는 ‘프로세스 매핑’, 가상공간에서 눈으로 확인하는 ‘건설정보모델링(BIM)’, 공사 금액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절감하는 ‘타깃 코스팅’으로 나뉜다”며 “미리 시뮬레이션해 최소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한다”고 했다.
조 대표는 “미국에선 복잡한 병원 시설도 공정의 50%가량을 프리컨 방식으로 짓는다”며 “건설업을 제조업 측면에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 수행한 프로젝트 실적을 근거로 주거용 아파트는 원가를 당초 계획보다 5~10% 줄일 수 있고 업무(상업)용 시설은 10~20%까지 가능하다고 했다.
김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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