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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11일 시초가 대비 26.43% 떨어진 15만4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으로는 11조155억원이다. 청약 증거금으로 역대 최대인 81조원을 모으며 '대어'로 떠올랐지만 상장 첫날 고평가 논란을 피하진 못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당분간 변동성이 이어질 수 있지만 결국 제조업 특성에 따라 기업가치로 주가가 수렴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SKIET가 투자설명서에서 제시한 기업가치 평가 기준대로 본지가 비교 대상 기업들의 최근 시가총액을 적용, 계산해본 SKIET의 적정 기업가치는 10조8000억원이었다.
증권업계에서는 자연스런 결과라는 평가가 많다. 앞서 상장했던 SK바이오팜·카카오게임즈·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등은 적정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을 측정하는 자체가 쉽지 않은 업종이다. 시장 유동성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기 쉬웠다. SKIET는 경우가 다르다. 2차전지 4대 소재 중 하나인 분리막 생산이 본업으로, 성장성이 높은 제조업이다. 적정 기업가치 계산이 비교적 원할하단 얘기다.
하지만 기업가치는 재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상장 당시 비교대상 회사들의 시가총액은 2월 25일~3월 24일을 기준으로 산정됐다. 2차전지 주가가 지금보다 더 부진했던 시기다. 본지가 상장 신청 당시 적용했던 비교 기업들의 시가총액을 최근일 기준으로 다시 계산해보니, SKIET의 적정 기업가치는 10조8115억원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이 수치는 지난해 영업이익을 적용해 계산된 기업가치다. 다른 변수값을 고정하고, 유안타증권이 전망한 올해 SKIET의 영업이익 전망치(1921억원)를 적용하면 기업가치는 14조4900억원까지 올라간다. 상장 직후 변동성이 줄면, 실적 개선세에 따른 재평가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3~6개월 후부터 주가는 적정가치에 수렴할 전망이다"라며 "적정 주가는 최대 16만원"이라고 설명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분리막 시장 위협 요인으로 꼽히는 전고체 배터리는 가격경쟁력이나 시장 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 최소 2030년까지 전혀 위협이 안된다"며 "SKIET는 국내 배터리 3사에 모두 분리막을 공급하는 소재업체인데다가 기술력을 인정받는 만큼 실적 개선세가 뚜렷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차전지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도 하반기 들어 개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는 펀더멘탈은 좋은데 수급상 나빠진 상황"이라며 "하반기에는 2차전지주들이 실적 개선세를 바탕으로 다시 상승세에 접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윤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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