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도 법도 무시하고 350명 파업집회한 르노삼성 노조 [김일규의 네 바퀴]

입력 2021-05-12 05:00   수정 2021-05-12 05:52


지난 10일 오전 7시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내 노동조합 사무실 앞. 노조원 약 350명이 모여 무단 파업집회를 열었다. 노조원들은 사측에 '부분 직장폐쇄'를 철회하고, 2020년도 임금·단체협상 요구안을 받아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박종규 노조위원장이 주도한 이날 파업집회는 부산시의 '사회적 거리두기' 행정명령은 물론 노동조합법까지 명백하게 위반한 것이다.

수백명이 다닥다닥 붙어 집회
부산시는 코로나19 예방 및 확산 차단을 위해 지난 3일부터 23일까지 거리두기 2단계 조치 중이다. 지난 4월 부산 지역을 포함해 울산, 경남에서 하루 100명대 확진자가 지속 발생함에 따른 것이다.

2단계 방역수칙에 따르면 집회·시위 등 행사 모임은 99명까지만 가능하다. 100인 이상 모임은 금지된다. 르노삼성 노조는 방역수칙은 아랑곳 않고 1시간가량 집회를 이었다. 수백명이 다닥다닥 붙어 선 채로 다.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 6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약 200명이 모여 집회를 열었다. 사측의 방역수칙 위반 지적조차 무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오는 13일 부산공장 퇴근버스 주차장에서 또 집회를 열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직장폐쇄 기간 출입 제한한 노조법도 무시
르노삼성 노조의 부산공장 내 파업집회는 노조법을 어긴 것이기도 하다. 르노삼성은 지난 4일부터 부산공장에 대해 부분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회사가 노조의 기습적, 지속적 파업에 대응해 근무를 원하는 직원에게만 문을 열어 주기로 한 것이다.

노조법은 노조가 파업을 개시하면 직장폐쇄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파업 노조원들은 직장폐쇄 기간 집회를 위해 공장 내 출입할 수 없다. 그러나 출근해 일하려는 노조원들에 섞여 공장 내 진입한 뒤 직장폐쇄 기간에 금지된 사업장 내 집회를 진행했다.
"회식비 줄테니 파업 독려하라"
노조 집행부의 파업 독려에도 불구하고 지난 11일 부산공장 직원 76%가 출근해 생산라인을 가동했다. 대다수 직원들 사이에선 ‘파업의 대가가 무엇이냐’는 비판론이 우세하다. 파업만 일삼는 집행부의 무능이 회사를 존폐 위기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조 집행부는 30%를 밑도는 파업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회식비까지 지원하겠다고 공언했다. 파업 노조원들이 정상 근무하는 노조원들과 술자리를 가져 파업 참여를 유도해 달라는 요청이다. 아래는 박 위원장이 집회에서 한 얘기다.

“한 분이라도 더 데려오기 위해 퇴근하면 소주 한 잔 먹으러 가면서 진행하고 있다. 확대간부 40명이 움직이는 것보다 동지들이 움직이면 지금의 두 배가 된다. 현장에 다단계 한번 해보자. 회사 안에서 만나기 힘드니 여러분한테 안에 있는 동지들과 밥 한 끼 할 수 있도록 지원할 생각이다."

노조 집행부는 2019년엔 상품권까지 나눠주며 파업을 독려했다. 노조원 절반 이상이 파업을 거부하고 공장을 가동한 데 따른 것이다.
XM3 유럽 수출 성공하려면
노조 집행부는 기본급 7만1687원 인상과 격려금 700만원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르노삼성이 그럴 처지인지 의문이다. 르노삼성의 지난해 판매 대수와 생산 물량은 모두 16년 만에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영업손실은 797억원으로, 8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올 4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3% 줄었다.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 르노 본사는 올해부터 르노삼성이 생산하는 XM3(유럽명 뉴 아르카나)를 유럽에서 판매하기로 했다. 뉴 아르카나가 성공하려면 초도 물량을 제때 인도하는 것이 관건이다. 지금은 한 대가 아쉬운 상황이다.

김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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