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연금자산은 어떻게 적립될까. 연봉이 5000만원인 샐러리맨을 예로 들어 보자.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에 각각 450만원(급여의 9%), 417만원(한 달치 급여)씩 적립되고, 본인이 세액공제 혜택을 위해 연금저축에 추가로 400만원을 넣을 수 있다. 이러면 매년 연금자산으로 쌓이는 급여액은 1267만원으로 석 달치 월급 수준이 된다. 연소득에서 적지 않은 금액이 연금에 옮겨지는 셈이다.
사적연금의 문제는 운용이 방치되고 있고, 이로 인해 수익률이 낮다는 것이다. 연금저축은 대개 연말정산을 먼저 떠올릴 만큼 세액공제 수단이라는 인식으로 선택하게 되며, 자산운용의 중요성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 퇴직연금의 경우 문제가 더 심각해 전반적으로 수익률 부진에 노출돼 있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퇴직연금 중 확정급여(DC)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의 2020년 연평균 수익률은 3.5%, 3.8%씩을 기록해 전년 대비 의미 있게 개선되지 못했다. 이는 실적배당상품 수익률(DC 13.2%, IRP 12.0%)이 지난해 대폭 향상됐음에도, 저금리 영향으로 1%대 수익률에 머문 원리금보장상품을 80%나 편입한 탓이다. 연금에 적합하지만 면밀한 이해가 필요한 장기투자상품을 중점 편입하는 대신 손쉬운 단순저축 상품을 선택한 것이 수익률 저조로 귀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향후 ETF 투자는 ‘고령화’ ‘기술혁신’ ‘그린(환경안전)’을 중심으로 한 메가 트렌드에 주된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다. 고령화, 기술혁신, 그린과 같은 메가 트렌드는 저물가 및 저금리 추세를 고착시키면서도 차별적이고 강력한 장기성장 흐름을 만드는 양면성을 지닌다.
이는 전에 없던 강도의 자본과 기술의 결합으로 창출되는 기회로서 바이오테크, 디지털 헬스케어 및 뷰티, 게임, 로보틱스, 전기차 및 배터리 분야 등에서 대대적으로 나타난다. 소위 테마형(thematic) ETF가 메가 트렌드를 추종하는 성장 섹터에 장기 분산 투자할 기회를 제공한다. 해당 상품군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퇴직연금 등 연금 계좌에서는 레버리지, 인버스 등 과도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일부 ETF를 제외한 다양한 주식형 ETF를 일정 비중 이하로 투자할 수 있다. 이에는 위와 같이 글로벌 메가 트렌드 추종 섹터에 분산할 수 있는 테마형 ETF가 포함된다. 연금자산에 편입할 장기투자상품으로 ETF가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는 이유다.
적격 디폴트상품으로 퇴직연금에 적합한 투자상품을 엄선해 등록하는데, 그 대상으로 타깃데이트펀드(TDF)가 대표적이다. TDF는 생애주기에 맞춰 자산 배분을 설계함은 물론 자산 배분의 자동 변경, 재조정(rebalancing)이 가능하다. 2020년 말 사적연금에서 편입한 TDF 순자산은 최근 고성장세와 함께 4조7000억원(금융투자협회 집계)에 달하고는 있지만 아직 사적연금 전체의 0.8%에 불과하다. 미국이 퇴직연금 적격 디폴트옵션인 QDIA에서만 87% 비중인 1조달러를 TDF로 운용 중(2019년)인 것과 비교하면 그 격차가 크다. TDF는 글로벌 분산투자로 변동성을 낮추면서 자동 운용이 가능하므로 연금에서의 장기투자상품으로 유효하다.
박영호 <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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