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의 '큰 손 고객 모시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시작으로 경기 회복 기대감이 높아진 가운데, 그간 억눌렸던 소비심리가 폭발하는 '보복소비' 추세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카드사들은 새 카드를 내놓거나 혜택 범위를 재분류하고 있다. 이는 큰 손들의 소비패턴이 바뀐 게 가장 큰 이유다. 고소비층들은 코로나19로 해외 여행이나 면세점 등의 소비는 줄어든 대신 국내 쇼핑이나 골프 등에서 소비가 증가했다.
삼성카드는 2017년 단종됐던 프리미엄 카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플래티늄'을 재출시했다. 글로벌 신용카드 브랜드 아멕스(Amex)와의 제휴로 만들어진 이 카드의 연회비는 70만원에 달하지만, 국내 특급호텔 50만원 할인 혜택과 골프장 부킹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해외·백화점 10만원 할인 혜택도 담겼다. 코로나19 이후 소비가 쏠리는 호텔, 골프장에 집중한 전략이다.
현대카드는 연회비만 80만원인 프리미엄 카드 '더 퍼플 오제'를 시장에 내놨다. 이 프리미엄 카드도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진 점을 반영해 상품에 변화를 줬다. 기존 라인 '더 퍼플' 카드의 경우 여행, 호텔, 쇼핑 등 각 영역에서 정해진 금액의 바우처 사용을 해야 했으나, 이번 카드는 이 같은 제한이 없다. 해외여행 수요가 줄어든 점을 감안해서다. 60만원 상당의 바우처를 각 영역 당 많이는 40만원까지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최근 '보복소비'의 수혜를 받고 있는 백화점·특급호텔 고객을 겨냥한 프리미엄 카드도 자리를 채우고 있다.
롯데카드는 올해 명품 브랜드 몽블랑과 손잡고 한정판 '플렉스(Flex)카드 몽블랑 에디션'을 출시했다. '롯데백화점 플렉스카드'의 250여개 해외명품 브랜드 7% 적립 혜택은 그대로 가면서, 몽블랑 매장에서의 10% 할인 혜택을 추가했다. 연회비는 국내 및 해외겸용 모두 10만원이다.
삼성카드의 '신세계 더 에스 프레스티지'는 온전히 VIP 고객을 겨냥한 카드다. 연회비는 국내 기준 14만5000원으로 프리미엄 카드 중 낮은 편이나, 신세계백화점 VIP 클럽 중에서도 세계백화점 연간 구매 금액이 2000만원 이상인 골드 회원부터 발급이 가능하다.
신한카드는 호텔그룹 메리어트 인터내셔널과 손잡고 '메리어트 본보이 더 베스트 신한카드(메리어트 신한카드)'를 선보였다. 메리어트와 웨스틴, 쉐라톤 등 전 세계 7600여개 호텔에서의 우대 서비스 혜택을 제공한다. 메리어트 계열 호텔에서 연간 25박 이상 숙박을 해야 받을 수 있는 '메리어트 본보이 골드 엘리트 등급'도 덤으로 준다. 무료 숙박, 호텔 조식 할인 등의 혜택도 담기면서 26만원대 연회비에도 만족하는 고객층이 넓은 편이다.
최근 카드 승인 실적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3월 카드 승인 금액은 80조2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65조2000억원(20.5%)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 영향이 본격화되기 전인 지난해 2월(65조2000억원)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소비자심리지수(CCSI)도 낙관적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4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는 102.2로 전월보다 1.7포인트 올랐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코로나 사태가 발발한 지난해 1월(104.8) 이후 지난달 처음으로 100을 넘어섰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소비 활성화 기대감이 커지면서 각사에서 소비가 쏠리는 부분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카드를 내놓고 있다"며 "프리미엄 카드가 신규 고객은 물론 계속해서 카드를 사용하는 충성 고객 모두를 잡을 수 있는 키(key)인 만큼, 추후 VIP 관련 특화 상품은 더 많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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