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에이티넘인베, 국내 최대 규모 5500억 벤처펀드 조성 마무리... "펀드 대형화 선도"

입력 2021-05-12 13:17   수정 2021-05-12 14:11

≪이 기사는 05월12일(13:16)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털(VC) 업계 ‘맏형’으로 불리는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국내 최대 규모의 벤처펀드 조성을 마무리한다. 설정액은 5500억원에 이른다. 연이어 수천억원대 펀드를 내놓으며 ‘대형 펀드’ 바람을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신기천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대표(사진 왼쪽)와 황창석 사장(사진 오른쪽)은 11일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 매체 마켓인사이트와 만나 “3차 자금 모집에 나섰던 ‘에이티넘성장투자조합2020’의 결성을 12일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 국내 최대 5500억원 규모... 스케일업 초점

VC 업계에 따르면 이 펀드의 총 출자금은 5500억원 규모로 조성된다. 앞서 지난해 말 1, 2차 모집을 통해 4669억원을 끌어모은 바 있다. 국민연금공단, 한국산업은행, 우정사업본부, 교직원공제회 등이 주요 출자자(LP)로 참여했다. 내부수익률(IRR) 15%를 목표로 삼았다. 신 대표와 황 사장을 비롯, 맹두진 부사장과 김제욱 전무가 펀드의 핵심 운용인력으로 구성된다.

이로써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국내 최대 규모 펀드 기록을 또다시 경신하게 됐다. 앞서 2014년 업계 최초로 2000억대 펀드를 결성한 데 이어 2018년에는 3500억원 규모의 펀드를 내놓으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신 대표는 “이번 펀드는 이전에 참여했던 LP들이 전체 출자금의 80% 이상을 책임졌다”며 “그동안 우리가 운용해 온 펀드의 성과와 과정에 신뢰가 쌓였다는 뜻으로 받아들여 고무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펀드의 주요 테마는 ‘스케일업’이다. 건당 20억원 내외의 투자가 이뤄지는 초기 단계 기업 투자부터 건당 100억원 안팎의 투자가 집행되는 2차 성장단계 기업 투자까지 한 펀드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딥테크(기저기술), 제조, 플랫폼,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포트폴리오에 담길 예정이다.

◆ '원 펀드'로 펀드 대형화 주도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원 펀드(One-Fund)’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투자 재원 소진시까지 하나의 대형 펀드에 투자 역량을 집중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펀드의 규모가 크면 초기 기업이 성장한 후 후속 투자를 손쉽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신 대표는 “펀드 규모가 커져야 순수 국내 자본에 의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이 탄생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략은 수익성으로 증명됐다는 분석이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최근 청산한 3개 펀드의 IRR은 각각 30.9%, 20.3%, 11.9%로 나타났다. 아직 청산되지 않은 나머지 펀드들도 공정가치 기준 IRR이 평균 20%를 넘는다. 높은 수익률을 바탕으로 LP들에게는 신뢰를 얻는 한편 LP들은 펀드 출자금액을 늘리는 ‘선순환’을 이끌어낸다는 방침이다.

신 대표와 황 사장은 회사의 ‘전문성’에도 방점을 찍었다. 1988년 설립된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1세대 VC로 꼽힌다. 30년 넘는 시간 동안 업계의 대표로 군림하면서 26개 조합을 결성, 22개를 청산했다. 운용자산(AUM)은 1조2030억원에 달한다. 신 대표는 “각 산업 분야에 특화된 전문 ‘주니어’ 심사역과 20년 이상의 긴 투자 경험을 가진 핵심 운용인력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기업과의 ‘동행’에도 초점을 맞췄다. 신 대표와 황 사장은 회사의 투자 포트폴리오였던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레고켐)의 사례를 들었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레고켐 설립 초기인 2007년부터 10여 년 동안 여섯 차례 투자를 단행했다. 그 사이 레고켐은 2013년 코스닥에 입성한 데 이어 시가총액 1조원이 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황 사장은 “기업이 의미있는 성과를 내기까지 조급해하지 않고 성장 과정을 함께하는 게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이라며 “앞으로도 창업 초기 기업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며 VC 생태계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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