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과일을 만든 농부의 정성, 새벽배송이 일깨워줬다

입력 2021-05-13 18:06   수정 2021-05-14 02:14

김신희 마켓컬리 과일 담당 MD(상품기획자)는 늘 머리맡에 휴대폰을 켜두고 잠든다. 새벽에 농가에서 작업해 올라오는 과일이 물류센터에 입고되지 않으면 곧바로 해결책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마켓컬리는 물류센터에 재고가 없어도 과일을 판매하는 ‘선판매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아침이면 전국 각지에서 과일이 들어오기 때문에 재고가 없어도 판매가 가능하다. 수년간 쌓인 빅데이터 예측을 통해 발주하기 때문에 폐기율도 1% 이하라는 설명이다.

김 MD는 “물류센터에 과일이 입고되면 24시간 이내에 풀콜드체인 시스템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한다”며 “사고가 나면 배송이 안 될 위험 부담이 있긴 하지만 ‘극신선상품’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새벽배송 시스템과 온라인 유통 채널이 국내 프리미엄 과일의 판로를 열었다. 김 MD는 수년 전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서 일했을 때의 일화를 소개했다. 한 농부가 송이당 2만원짜리 포도를 가져왔다. 당시만 해도 생소한 ‘샤인 머스캣’이었다. 맛이 너무 좋아 판매하기로 했다. 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데다 물량이 적고 비싸 제대로 된 진열도, 시식 행사도 하지 못했다. 결국 선도가 떨어져 김 MD가 직접 사먹었다.

프리미엄 과일은 대부분 가격이 비싸고 물량이 적다. 일반적인 유통 채널을 통해 대형마트에 진열한 뒤 판매하기가 어렵다. 김 MD는 “대형마트는 전 점포에 1팩씩만 진열해도 하루 입고치가 끝나는 경우가 많고 소비자에게 왜 명품인지 알리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반면 마켓컬리와 같은 온라인 채널에선 희소성이 높은 프리미엄 과일을 판매하기가 비교적 쉽다. 먼저 제품 소개 페이지를 통해 상세한 설명이 가능하다. 전국에 있는 소비자 누구나 똑같이 이 설명을 볼 수 있다.

김 MD는 “마켓컬리에서는 재배와 유통이 까다롭거나 수량이 적은 프리미엄 과일을 ‘1% 테이블’ 등을 통해 취급하고 있다”며 “다양한 국내산 명품 과일들을 입점해 판로를 찾기 어려운 농가들의 온라인 판로 확보도 돕고 있다”고 말했다.

마켓컬리가 판매하는 대표적인 명품 과일 상품으로 ‘경조정’ ‘하니원 멜론’ 등이 있다. 6월 초여름 짧게 만날 수 있는 경조정은 이름만으로는 포도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이색 프리미엄 과일이다. 일반 포도보다 알이 작고 껍질이 얇은 데다 씨도 없어 껍질째 먹을 수 있다. 향은 적지만 연한 껍질 사이로 터져나오는 단맛이 일품이다. 하지만 재배가 까다롭다. 병충해에 약하고 온·습도 변화에 민감하다. 정성껏 길러도 수확 기간이 한 달 정도로 짧아 재배하는 곳이 많지 않다.

김 MD는 “마켓컬리에 경조정을 공급하는 생산자는 높은 가격과 짧은 유통기간 탓에 판로를 찾는 데 실패해 재배를 그만두기를 고려했으나 마켓컬리에 입점한 뒤 판매량이 늘었다”며 “지난해 판매량은 2019년 대비 57% 증가했다”고 말했다.

김 MD는 “부지런한 농부만이 프리미엄 과일을 생산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명품 과일을 찾기 위해 계절마다 부지런히 산지를 돌아다니며 농가를 발굴한다. “땅의 성질과 일조량, 수분, 영양 등 과일 맛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무궁무진합니다. 부지런한 농부만 맛있는 과일을 재배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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