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일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특허를 유보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특허를 유보할 수 있다”는 말은 백신을 개발한 제약사의 권리를 일시 정지해서 세계가 제조 기술을 공유하자는 말과 같습니다. 백신을 각국이 만들어 쓰자는 것이지요. 그러자 세계가 둘로 나뉘었습니다. 바이든 의견에 찬성한 라인(프랑스, 이탈리아, 러시아, 중국)과 반대한 라인(독일과 영국, 제약사, 대기업 CEO들)이죠. 어느 쪽이 정의인가요? 이 논쟁은 백신 이슈에만 국한돼 있지 않습니다. 숱한 논쟁들이 ‘정의 문제’에 갇혀서 우리의 생각을 어렵게 만듭니다.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인류의 대응은 조금 예외적이었습니다. 갑작스럽고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팬데믹에 제약사들은 기존 노선에서 이탈해서 개발에 나섰습니다. 가능한 한 빨리 개발할 수 있으면 ‘대박 찬스’가 있었던 거죠. ‘대박 찬스’가 없었다면? 제약사들은 아마 만들지 않았을 겁니다. 정부가 예산을 댈 터이니 무조건 만들라고 긴급명령을 할 수 있습니다만, 가능성이 없다면 제약사들은 나설 까닭이 없습니다.
다행히도 화이자, 모더나 등 제약사들은 모든 자원을 투입해서 백신을 만들어냈습니다. 안전성과 효과가 좋은 백신은 없어서 못 팔 지경입니다. 화이자가 백신을 팔아서 조(兆) 단위의 이익을 거뒀다고 합니다. 특허권을 받은 제약사들은 높은 가격으로 물량을 공급하는 중입니다. 화이자는 미국과 동맹국에 우선해 공급하기도 벅찰 정도로 인기입니다.
이런 와중에 바이든 대통령이 특허 유보 이야기를 꺼냈으니, 제약사들이 난처해졌습니다. 민간 기업이 만든 백신을 왜 정부가 개입해서 권리를 박탈하려 하느냐, 특허권을 인정해주지 않으면 나중에 다른 팬데믹이 발생할 때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는 반론이 제기됐습니다. 가능성을 보고 모험을 하는 게 혁신의 원동력인데, 이것을 막는다는 것은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는 것이죠. 코로나19는 세계 경제 공동의 문제이기 때문에 제조기술을 공개하는 게 맞는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인구이동이 자유로운 지구촌 경제를 살리려면 각국이 제조기술을 가져다 써야 한다는 것이죠. 무엇이 정의인가요?
기업 CEO의 연봉은 어떤지요? CEO의 연봉은 회사 주주들이 정하는 것이지 정부가 정하는 게 아니죠. CEO 연봉이 사회의 평균보다 지나치게 높다고 해서 정부가 나서 연봉을 깎으라고 하는 게 옳을까요? 대입 다양성 전형은 어떤가요? 사회적 약자 배려 전형이 옳은지, 오직 실력에 따라 입학하는 게 옳은지는 여전히 논쟁거리입니다. 세상에 단순한 것은 없는 듯합니다.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② 백신 제조기술을 공개한다고 해도 제대로 만들 수 있는 나라가 많지 않다고 한다. 저개발, 저기술 국가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논의해보자.
③ 특허권은 혁신의 원동력이라고 한다. 토머스 제퍼슨의 ‘촛불론’을 찾아보고 의미를 이야기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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