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하는 유전자증폭(PCR) 검사로는 무증상 코로나19 감염자를 잡아내는 게 거의 불가능합니다. 자가검사키트를 적극 활용하는 게 사회봉쇄로 인한 어려움을 벗어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14일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의 올바른 유통 방법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 세미나 참가자들은 무증상 감염자를 신속하게 찾아내기 위해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의 빠른 보급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업계는 보건당국에 신속한 자가검사키트 허가 절차를 주문했다.
건강소비자연대는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의 바람직한 허가 및 유통 방안’을 주제로 한 세미나를 14일 오후 개최했다. 이 세미나는 최근 국내에서 2개 기업의 자가검사키트가 조건부 허가를 받은 가운데 향후 자가검사키트의 효용성을 높이고 국내 진단업계의 성장을 위한 의견을 나누기 위해 열린 자리였다. 이 세미나엔 최 교수 외에 백순영 가톨릭대 미생물학교실 명예교수가 발제자로 참여했다.
첫 발제자로 나선 최 교수는 자가검사키트의 활용도와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최 교수는 “지난 3월부터 미국, 영국, 독일 등에서 자가검사키트를 활용하고 있다”며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자가검사키트의 위양성, 위음성 문제가 지적됐지만 이 부분은 미국, 영국 등에서 후속 연구가 나오면서 해결이 됐다”고 말했다.
항원진단 방식 자가검사키트가 PCR 보다 정확도, 신뢰도가 떨어지지만 무증상 감염자를 찾아내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게 최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직장, 학교 등 다양한 사회단체에서 주도적으로 전체 인원을 대상으로 자가검사를 실시하도록 하면 무증상 감염자를 찾아낼 수 있다”며 “정부 보조금을 지원해서 이러한 방안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백 명예교수도 자가검사키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PCR, 항체진단, 항원진단 등을 다양한 상황에서 적재적소에 맞게 활용하면 방역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게 백 명예교수의 설명이다.
지정 토론에는 백승수 의료기기산업종합지원센터장, 이승용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정책과 사무관, 안병철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상무, 김병주 대한약사회 약국위원, 이영성 뉴스1 기자 등 5인이 참여했다.
김병주 위원은 자가검사키트 공급과 진단기관으로의 감염자 인계를 모두 할 수 있는 약국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코로나19 유행 초기 공적마스크 보급을 통해 약국은 1차 보건의료기관 역할을 충실히 했다”며 “자가검사키트에서도 무분별한 유통 생태계를 구축하기보다는 감염자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감염자 은폐를 막을 수 있는 약국 기반 유통생태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의료기기 업계 참가자들은 허가 기준 완화 등 자가검사키트 보급을 위한 발빠른 행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안 상무는 “외국에선 가정에서 자가진단키트로 출근, 등교 전에 의심 증상을 미리 파악하고 선제조치 한다”며 “국산 자가진단키트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신속하고 적극적인 행정을 펼쳐주시길 (보건당국에)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질의자로 나선 김소연 피씨엘 대표는 조건부 허가를 받은 자가검사키트의 제품 수를 늘려줄 것을 보건당국에 요청했다. 피씨엘은 오스트리아, 독일, 파키스탄 등에 자가사용이 가능한 신속 항원진단키트를 공급 중이다. 현재는 2개 업체만 조건부 허가를 받아 시장 경쟁을 통해 소비자 후생이 증가할 여지가 적은 데다 자가검사키트 사용 대상도 만 18세 이상으로 제한돼 있다. 기존 코로나19 진단제품 수출허가에서도 기술문서를 검토하는 등의 절차가 이뤄졌던 만큼 추후 임상 요건만 갖추면 해외에서 실적을 내고 있는 국산 자가검사키트도 조건부 허가를 받기에 충분하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이 사무관의 설명에 따르면 아직까지 자가검사키트로 국내에서 정식허가를 신청한 기업은 없다. 식약처는 생활치료센터와 연계해 진단키트 임상에 쓸 검체를 확보하기 위한 네트워크를 11개 의료기관과 함께 이달 중 구성해 자가진단키트 임상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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