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묘해지는 전화금융사기…신고 사실 알아채고 '역이용'

입력 2021-05-17 15:14   수정 2021-05-17 15:16


'아빠! 휴대폰이 깨져 수리 맡겨서 이 번호로 연락해!'

17일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2일 60대 A씨는 이 같은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당연히 자녀가 보낸 것이라고 생각한 A씨는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 이후 '아빠 휴대전화를 잠깐 빌리려는데, 본인인증에 필요한 앱을 깔아 인증해야 한다'는 답변이 오자 해당 앱까지 설치했다.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 A씨는 한국인터넷진흥원에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신고를 했다. 그러나 A씨의 휴대전화 해킹으로 신고 사실을 알아차린 보이스피싱 일당이 이를 역으로 이용, 대검찰청, 금융감독원, 은행 지점장을 사칭하며 A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일당은 "은행에 있는 돈을 모두 찾아라. 안전을 위해 금감원 직원을 보낼 테니 그 사람에게 돈을 맡겨라"라며 A씨를 속였다. 결국 이들의 교묘함에 넘어간 A씨는 금감원 직원을 사칭한 B씨(30대)를 만나 준비한 현금 6900만원을 넘겼다.

현재 현금 수거책 B씨만 사기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B씨는 피해자 2명에게서 5회에 걸쳐 총 1억20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피해 자금을 추적하는 한편 공범 찾기에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범죄 신고로 피해를 예방하거나 피의자를 검거한 경우 신고 보상금을 적극적으로 지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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