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외교가에 따르면 한·미·일 3국은 다음달 11~13일 G7 회의를 계기로 미국 주도로 3국 정상회의를 여는 것을 협의 중이다. 이 같은 사실이 일본 언론인 교도통신을 통해 지난 15일 먼저 알려지면서 한국 정부는 회담을 위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이 한국에 비해 3국 정상회의 개최에 보다 소극적이었는데도 일본발로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번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 간 대면 정상회담이 다시 열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미국 정부는 지난 1월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중국과 북한으로부터의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협력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달엔 3국 안보실장 회의와 합참의장 회의가 열렸고, 이달 들어서는 3국 외교장관 회의와 정보기관장 회의가 연달아 개최됐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지난 12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정보기관장 회의에 참석하면서 비밀리에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를 예방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스가 총리 취임 직후인 지난해 9월 축전과 전화통화를 통해 양국 관계 개선 의지를 전달했지만 현재까지 이렇다 할 변화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부 내에서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른 어느 때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미국이 원하는 한·일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대신 한·미 정상회담에서 싱가포르 선언 계승 등 한국의 대북정책 관련 요구사항을 관철시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외교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한·미 양국은 미국 대북정책 검토 전 과정에서 긴밀히 협의했으며, 우리 정부는 이 과정에서 대북정책과 여타 외교 현안을 연계하거나 그런 문제를 검토한 바가 없었다”고 밝혔다.
여권에서도 한·일 관계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한 심포지엄에서 “정부 간 협의에 한계가 있다면 한·일 양국이 현안 해결의 전권을 갖는 가칭 ‘현인(賢人)회의’를 만드는 방법도 고려해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내년에는 대선 국면에 접어들기 때문에 한·일 관계는 올해가 아니면 개선하기 힘들다”며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시간이 많지 않다는 당내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임도원/송영찬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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