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도 목표주가 하향 조정으로 공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KB증권은 메리츠증권과 화재의 투자의견을 ‘매도’로 전환하고, 목표주가를 각각 4000원(-16.7%), 1만7000원(-20.9%)으로 낮췄다. 이베스트증권도 메리츠화재에 대한 투자의견을 ‘보유’로 전환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메리츠증권과 화재는 각각 자기자본 확충을 위해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를 발행하면서 주주환원 후퇴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배당성향까지 대폭 축소하면서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의 규모와 시기를 설명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주주정책의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됐다”고 투자의견 전환 이유를 밝혔다.
메리츠는 전형적인 ‘배당주’다. 투자자들은 성장성보다 높은 배당을 기대하고 투자한다는 얘기다. 이런 투자자들에게 배당 축소는 악재 중 악재일 수밖에 없다. 메리츠증권 측은 “자사주 매입과 소각 일정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향후 공시를 통해 알릴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유통 주식 수가 줄어 다양한 지표가 개선되는 효과도 있다. 주당순이익(EPS)이 늘어나 주식 가치가 높아지는 게 대표적이다. 메리츠금융그룹의 경우 배당금 규모보다 더 많거나 비슷한 규모로 자사주 소각을 하면 결과적으로 투자자에게 이득이 될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국에서는 배당보다 자사주 소각이 주주가치 제고에 효율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안상희 대신경제연구소 본부장은 “배당은 즉각적으로 현금 흐름이 좋아진다는 점에서, 자사주 소각은 장기적인 주식 가치가 높아진다는 점에서 투자자에게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메리츠의 배당 축소는 배당보다 투자가 더 중요한 것 아니냐는 전통적인 논란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벅셔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애플의 스티브 잡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등은 배당을 싫어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은 “배당할 돈으로 투자해 회사를 키우는 것이 주주를 위한 길”이라는 주장을 폈다.
메리츠화재 역시 내년 1월부터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니라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이 시행되면 부채 비율이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화재도 최근 자금여력(RBC) 비율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를 발행해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결국 투자자의 돈으로 자기자본을 늘리고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