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정상회의는 2017년 9월 이후 3년8개월간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그러나 3각 공조 복원은 마냥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가 됐다. 동북아 질서 재편을 위한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한·미·일 공조 요청을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중 패권 각축전이 치열한 상황에서 중국 견제와 북핵 대응을 위해서도 3각 공조는 필요하다. 더욱이 우리는 백신 및 반도체 전쟁과 관련, 미국의 협조가 절실한 마당이다.
그런 점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반도체 문제에 협력하고 코로나 백신을 받는 식의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은 반갑다. 문 대통령도 어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정상회담에서 백신 협력을 강화하고 백신 생산의 글로벌 허브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겠다”고 했다. 그 대신 미국은 대중(對中) 견제를 위한 ‘쿼드(미·일·인도·호주 안보협의체) 플러스’ 참여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그간 쿼드 참여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견지해온 우리 정부가 반도체 등 신기술과 백신 파트너십 등 쿼드 내 일부 워킹그룹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일본과의 관계 개선도 3각 공조의 필수조건이란 점에서 서둘러야 한다. 동북아를 둘러싼 정세는 양국이 더 이상 과거사에 갇혀 반목할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날로 더해가는 중국의 패권 위협과 북핵 대응뿐 아니라 국익을 위한 경제 협력도 절실하다. 한·일 정상은 ‘국내 정치’를 뛰어넘어 무릎을 맞대고 정상화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 때다.
안보가 경제고, 경제가 곧 안보인 시대가 됐다. 미국이 반도체 배터리 등 공급망 재편을 중국 견제 일환으로 추진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미국의 새 글로벌 전략 속에 한국 외교가 설 자리는 분명하다. 혹여 한·미·일 3각 공조 복원을, 이미 실패한 미·북 싱가포르 합의를 되살리고 남북한 및 미·북 간 정상회담 등 대북 이벤트를 위한 지렛대로 삼으려고 해선 곤란하다. 감성적 민족주의가 아니라 냉철한 국익의 잣대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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