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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시장이 급랭하고 있다. ‘대장주’ 비트코인을 비롯해 이더리움, 도지코인 등이 연일 하락하며 1주일 사이 20%가량 급락했다. 코인 시장의 거품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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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가 이날 테슬라가 보유한 비트코인을 매각할 수 있다는 뉘앙스의 글을 트위터에 올리자 비트코인은 5765만원에서 5138만원으로 급락했다. 이후 “테슬라는 비트코인을 팔지 않았다”고 해명하면서 5500만원 선까지 반등하는 등 요동을 쳤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금리 인상 가능성, 각국의 암호화폐거래소 규제 강화 등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체 암호화폐 시장에서 비트코인 시가총액이 차지하는 비중(비트코인 도미넌스)이 이날 40% 아래로 떨어진 점을 주목하고 있다. 잡코인(알트코인)에 투자가 몰리면서 ‘거품’이 끼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도미넌스는 올해 초 70%를 넘었다. 40%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18년 5월 이후 3년 만이다.
암호화폐 분석회사 크립토퀀트의 주기영 대표는 “큰손들이 암호화폐를 대거 매각하고 있다”며 “머스크의 트윗 하나에 시장이 요동치는 현상을 과열의 징후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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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은 머스크가 처음 댓글을 남긴 직후 5765만원에서 5200만원까지 떨어졌다가 입장을 번복하자 오후 6시 기준 5533만원까지 반등했다. “도지코인은 (비트코인보다) 10배 더 빠르다”(16일) “비트코인 채굴에 화석연료가 많이 쓰여 환경을 해친다”(12일)고 할 때마다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지기도 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금리 인상 우려가 점차 커지면서 암호화폐 하락세가 장기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된 지난 12일 비트코인은 6971만원에서 6225만원으로 급락했다. 당시 분석가들은 지난달 CPI가 전년 동기 대비 3.6% 오를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4.2% 늘며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국제 사회에서 암호화폐에 대해 연일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도 전망을 어둡게 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다음달 암호화폐 가치 판단 기준을 마련하는 규제안을 발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를 심사 중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11일 “비트코인은 투기성이 높은 투자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며 “변동성은 물론 규제가 없고 시장 조작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암호화폐 분석 업체인 글래스노드에 따르면 지난 13일 개인 암호화폐 지갑에서 거래소로 입금된 비트코인은 약 3만 개(1조6650억원)로, 최근 1년 만에 최대 규모였다. 주기영 크립토퀀트 대표는 “도지코인처럼 가치 없는 알트코인에 대해 펌핑(세력들에 의한 시세 부양)이 일어나는 걸 보면서 큰손들은 시장이 과열됐다고 판단한 듯하다”며 “거품이 사라질 때까지 건전한 조정을 거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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