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선박을 연비성능에 따라 등급을 매기는 연비등급제가 일본 주도로 신설된다. 한국의 선박은 연비가 낮은 등급에 해당하는 비중이 중국과 일본보다 높아 타격이 예상된다.
요미우리신문은 컨테이너선과 원유운반선, 크루즈선 등 국경을 넘나드는 선박(외항선)을 연비에 따라 5등급으로 나누는 선박 연비등급제가 국제적으로 도입된다고 17일 보도했다. 오는 6월 국제해사기구(IMO)가 정식으로 채택하면 2023년부터 실시할 계획이다.
선박 연비등급제 신설안은 지난해 일본 정부 주도로 한국, 중국, 독일 등 19개국이 공동으로 IMO에 제출했다.
매년 1회 선박 소유자나 운항회사가 선적을 둔 정부에 연비데이터를 제출하면 운항거리와 선박의 배수량, 연료소비량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을 종합해 'A~E'까지 5단계로 등급을 부여한다.
최저 등급인 'E'나 3년 연속 'D'를 받은 선박 소유자는 선적을 둔 정부에 개선계획을 제출하고. 연비를 개선하는 장치를 추가하거나 항해속도를 낮춰야 한다. 개선조치를 이행하지 않으면 운항이 금지된다.
연비가 나쁜 선박의 퇴역을 앞당기고 친환경 선박을 늘리기 위한 제도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선박의 연비를 2008년보다 40% 이상 개선해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목표다. 외항선은 매년 세계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2%를 배출한다.
일본 국토교통성이 지난달 한국과 중국, 일본이 제조한 8175척의 선박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일본은 연비가 최고등급인 'A'와 'B'등급에 해당하는 선박 비율이 55%로 가장 높았다. 중국은 36%, 한국은 34%였다.
반면 연비 개선이 필요한 'D'와 'E'등급 비중은 17%로 가장 낮았다. 중국이 33%였고, 한국 선박이 36%로 가장 많았다.
연비등급제가 도입되면 국제적으로 선박교체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친환경선박 제조기술이 뛰어난 일본 조선사의 발주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도 선박을 교체하려는 수요가 늘어나리라는 예상 때문에 등급제 도입에 찬성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1980년대까지 일본은 세계 조선 수주량의 50%를 차지하는 1위 조선국이었다. 지난해 세계 조선시장 점유율은 중국과 한국이 40%, 31%로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의 점유율은 22%까지 떨어졌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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