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 테슬라 주식이 최고가를 달릴 때 전량 매도했던 인공지능(AI) 기반 상장지수펀드(ETF)가 4개월 만에 테슬라 주식을 다시 대거 매집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영화 '빅쇼트' 주인공으로 유명한 투자자 마이클 버리가 테슬라를 대량으로 공매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한편에선 AI가 정반대의 투자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이 AI 운용 ETF는 한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크래프트테크놀로지가 뉴욕증시에 상장시킨 상품이기도 하다.
17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AI 기반 ETF인 'Qraft AI-Enhanced US Large Cap Momentum'(AMOM)은 이달 첫째 주 140만달러(약 15억8000만원)어치의 테슬라 주식을 매집했다. 이번 매수로 테슬라는 이 ETF에서 6%를 차지하게 되며, 아마존, 페이스북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종목으로 올라섰다.
월가에서 AI ETF의 이번 거래에 주목하는 이유는 앞서 테슬라 주가 변동을 정확히 예측해 주식을 사고 판 이력 때문이다. AMOM은 지난해 8월 말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던 테슬라 주식을 전량 매도했는데, 테슬라 주가는 바로 다음달인 9월 14% 하락한데 이어 10월에도 10%가 추가로 떨어졌다. 하락을 정확히 예측하고 매도했을 뿐 아니라 재투자 시점도 '귀신 같이' 맞혔다.
또 작년 11월부터 올 1월까지 테슬라 주식을 다시 사들여 ETF 내 비중을 6.7%까지 늘렸다가, 테슬라 주식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1월 말 다시 한번 전량 처분했다. AMOM이 테슬라 주식을 다 팔고 나오자 테슬라 주가는 1월 고점 이후 현재까지 50% 넘게 떨어졌다.
AMOM은 지난 2~4월 3개월 동안 테슬라를 담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달 말 AI가 펀드의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결정했고, 이달 5일 매수가 진행됐다. 테슬라 주가는 AMOM의 매수 뒤 13% 가량 하락한 상태다.
AMOM은 테슬라 외에도 페이스북, 홈디포, 엔비디아, 어도비 등을 이달 추가로 사들였다. 크래프트 관계자는 "페이스북과 테슬라의 올 1분기 이익이 증권가의 추정치를 웃돌았다"고 AI의 결정 배경을 언급했다. AMOM의 리밸런싱 이후 페이스북은 1%, 홈디포는 2%, 엔비디아도 3% 가량 하락세를 나타냈다. 마켓워치는 "AMOM이 옳았다면 이 종목들은 반등 기회를 맞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AMOM은 S&P500 Momentum 지수를 토대로 미국 대형주 50개를 추적, 종목을 선택하고 운용한다. 과거 수익률을 바탕으로 한 모멘텀 전략을 구사한다. 올 들어 5월 현재까지 ETF 수익률은 4%대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엔 55% 성과를 냈다.
이 상품을 내놓은 크래프트테크놀로지는 서울 여의도에 본사를 둔 국내 핀테크 기업이다. 창업자는 김형식 대표로, 그는 병역특례로 들어간 회사에서 뉴스 트레이딩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투자업계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서울과학고,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경제학으로 석사를 마쳤다. 곳곳에서 투자도 이어져 300억원 이상을 유치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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