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즐기며 재테크까지…아티스트와 팬 모두 윈윈"

입력 2021-05-18 17:13   수정 2021-05-19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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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은 오래전부터 투자 대상이 됐지만 음악은 그렇지 않았다. 음악은 돈을 주고 음원이나 공연을 감상하는 소비 대상에 제한됐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음악 아티스트는 다음 앨범과 공연을 준비하기 위한 투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웠고, 팬들도 이들을 도와줄 방법이 마땅히 없었다.

그런데 최근 음악도 투자 대상이 됐다. 세계 최초로 음악 저작권을 거래하는 플랫폼 ‘뮤직카우’가 생기면서 주식처럼 음악 저작권을 사고팔 수 있게 됐다. 특히 20~30대를 중심으로 음악 저작권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다. 뮤직카우의 누적 회원 수는 40만 명. 거래액은 지난달 기준 월 360억원에 이른다. 정현경 뮤직카우 대표(사진)는 서울 합정동 본사에서 만나 “많은 팬이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소장까지 하는 즐거움을 느끼는 동시에 아티스트를 후원하는 데 의미를 두고 투자하고 있다”며 “요즘 젊은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라는 키워드와 부합하는 덕분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16년 설립된 뮤직카우는 이듬해 베타 서비스를 거쳐 2019년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음악 저작권 거래라는 새로운 모델을 만든 데 대해 정 대표는 “아무리 성공한 아티스트도 연간 10억원 이상의 저작권료를 받는 경우는 드물다”며 “아티스트에게 필요한 금융 지원을 할 수 있고, 팬들도 아티스트를 응원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낼 방법을 고민한 끝에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몇 가지 사업 모델을 함께 검토했는데 대부분 시장의 다른 주체들과 경쟁하는 구조였어요. 반면 음악 저작권 거래는 모두가 공존하며 윈윈(win-win)할 수 있어 과감하게 선택했습니다.”

뮤직카우는 아티스트로부터 저작권 일부를 사들인 뒤 팬들이 이를 쪼개서 거래할 수 있도록 한다. 처음부터 아티스트의 동의를 받지 않으면 거래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들의 동참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했다. “아티스트들은 돈으로만 움직이지 않아요. 그래서 K팝 생태계를 활성화한다는 취지를 적극 알렸죠. 처음엔 쉽지 않았지만 동참하는 아티스트가 점점 늘었지요.”

뮤직카우는 현재 아티스트 120여 명의 1만여 곡을 확보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경매를 통해 원하는 음악 저작권을 부분 낙찰받을 수 있다. 이를 보유하고 있으면 매도 전까지 매달 배당수익을 받게 된다. 회원들의 배당수익은 연평균 8.7% 정도다. 배당수익뿐 아니라 낙찰 이후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저작권을 매도하면 그에 따른 시세차익도 추가로 얻는다.

수익을 낼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뮤직카우는 1000여 곡의 5년치 저작권 수익을 데이터화했다. 그 데이터들을 통해 정 대표는 음악 저작권 수익이 일정한 패턴을 갖고 있다는 점을 파악했다. 음악이 나온 직후 6개월 정도는 높은 수익률을 내다가 조금씩 하락한다. 이후 잠잠한 듯하지만 1년, 3년, 5년 등 장기적으로 보유할수록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며 꾸준히 수익이 난다는 것. 정 대표는 “오래된 곡일수록 안정된 곡선을 그리는 경향이 강하다”며 “이 패턴을 이용해 수익률을 계산하고 경매 시작가를 설정한다”고 말했다.

차트 역주행으로 수익률 ‘대박’ 사례가 나오기도 한다. 2017년 나온 아이돌 그룹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이 최근 역주행하며 각종 음원 사이트에서 1위를 차지하게 된 것이 대표적이다. 시작가 2만원이었던 이 곡은 77만원까지 치솟았다.

뮤직카우는 최근 음악저작권지수(MCPI)도 코스콤과 함께 개발했다. MCPI는 뮤직카우에 상장된 저작권을 구성 종목으로 삼아 산출된 수익 지수다. 정 대표는 “코스피, 코스닥과 같은 하나의 대표 금융지수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해외 진출도 추진 중이다. 그는 “해외에 직접 진출하는 방식을 고민 중이며 미국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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