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방미 기간 중 조지아주(州)에 있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찾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조지아 공장 현장 방문은 문 대통령이 이번 방미 기간 진행하는 유일한 기업 관련 일정이다.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은 SK가 2019년 3월 미국 전기자동차(EV) 배터리 사업을 위해 26억달러(약 3조원)를 들여 착공을 시작했다. 지난해 7월 두 번째 공장 건설에 돌입한 상태다. 제1공장은 올해 가동을 시작해 2022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같은 부지에 건설 중인 제2공장까지 양산 가능한 상태가 되면 오는 2023년 생산능력이 21GWh(기가와트시)로 늘어난다. 이는 매년 전기차 30만대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앞서 2018년 SK가 이 지역에 대한 투자를 발표했을 때 유력 지역언론 애틀랜타저널컨스티튜션은 "조지아주 역사상 가장 큰 경제개발 프로젝트"라고 평가했다.
조지아주는 오래 전부터 미국 남부의 면화 생산 중심지로 유명해 섬유산업이 지역경제를 지탱해왔다. 중국·베트남·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세계 섬유 시장을 장악한 뒤로는 경제적 쇠락의 길을 걸었다. 전통적 공화당 텃밭인 '선벨트' 지역 중 하나인 조지아주는 지난 미 대선에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공화당) 대신 조 바이든 대통령(민주당)을 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SK와 LG간 '배터리 소송'을 중재하는 데 큰 역할을 하며 문 닫을 뻔 했던 SK 공장을 살린 것으로 평가받았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해당 소송을 다룬 기사에서 "바이든이 조지아주의 일자리를 지켰다"고 보도했다.
조지아주가 SK 공장을 반기는 이유는 일자리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 건설로 직고용되는 일자리만 약 2600개다. 공장이 있는 커머스시(市) 인구(7000여명)의 30%가 넘는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지난달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2단계 공장이 들어서면 2025년 무렵에는 고용창출이 600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총괄사장이 언급한 '2단계 공장'에 대해 업계에선 SK이노베이션이 조지아주에 3~4공장을 추가로 지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조지아주는 SK 공장의 투자에 따른 직접적 파급효과와 신규고용 영향으로 향후 5년간 지역경제에 약 4290억달러(약 480조원)의 효과를 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때문에 조지아주는 과거 공장 유치를 위해 SK 측에 약 3억달러 규모 지원금과 무료 부지 제공 등의 인센티브를 줬다.
지난해 12월 SK가 LG와 배터리 소송을 벌이며 당장 배터리 생산이 중단될 위기에 처하자 조지아와 인근 테네시주 의원들이 SK와 LG에 합의를 촉구하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조지아 인근 테네시주엔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기로 한 폭스바겐의 전기차 공장이 있다.
SK는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에 추가 투자를 검토 중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번 문 대통령 방미길에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을 함께 방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추가 투자계획이 발표될 여지가 커졌다.
현재 짓고 있는 1~2공장 외에 3~4공장까지 추가 건설할 경우 투자금은 총 5조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3일 1분기 실적 발표 후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배터리 시장이 급격히 성장함에 따라 추가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 배터리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미국, 유럽, 중국 등을 골고루 검토 중"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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