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올 1분기 212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전년 동기(2790억원) 대비 적자전환했다.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 50억원)를 크게 밑도는 ‘어닝 쇼크’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수주 목표 미달로 고정비 부담이 증가했다”며 “최근 강재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의 급격한 상승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도 올 1분기에 5068억원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14분기 연속 영업적자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675억원으로, 전년 동기(1216억원) 대비 45% 줄었다.
올해 조선사 실적 부진은 예견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몇 년간 수주량이 목표치를 밑돌았기 때문이다. 통상 조선사는 선박 수주 후 1년가량 설계기간을 거친다. 이후 선박 공정률에 따라 매출을 잡아 실적에 반영한다. 수주 직후 2년 안에는 발생하는 매출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는 2017년 222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에 이어 2018년 761만CGT를 수주하는 데 그쳤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지난해 수주량(943만CGT)에도 크게 못 미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주 절벽으로 선박을 만드는 도크를 채우기 위해 저가 수주가 속출했다”고 말했다.
국내 조선사들의 ‘보릿고개’는 2년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4분기부터 본격화한 수주가 실적에 잡히는 시점이 2023년께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 1~4월 세계 선박 발주량은 1543만CGT로, 지난해 같은 기간(568만CGT) 대비 172% 급증했다. 이 기간 국내 조선사의 선박 수주량은 682만CGT(171척)로 세계 발주량의 44%를 차지했다.
후판 등 선박에 쓰이는 철강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은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수주가 실적에 반영되기까지는 2년가량 시간이 걸리지만 후판 등 원가는 비용에 즉시 반영된다. 조선업체 관계자는 “선박 발주가 늘면서 선박값을 지수로 환산한 신조 선가 지수가 조금씩 상승하고 있지만 후판 가격 상승폭이 더 가팔라 저가 수주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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