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인더스트리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익숙한 기업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전신은 1957년 설립된 후 국내 최초로 나일론을 생산한 코오롱이다. 코오롱은 1976년 국내 최초로 석유수지 사업에 진출했다. 2004년엔 ‘슈퍼섬유’로 불리는 아라미드 섬유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2010년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코오롱 제조사업 부문이 인적분할되면서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출범했다. 최초라는 수식어는 국내에만 머물지 않았다.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용 수분제어장치를 양산했고, 2019년엔 세계 최초 CPI필름 양산에 성공했다.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무버’로서의 코오롱인더스트 질주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수소사업과 생분해 플라스틱 사업을 미래 핵심 먹거리로 내세워 친환경 소재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경기회복이 찾아오자 이 같은 포트폴리오는 더욱 빛을 발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올 1분기 매출 1조904억원, 영업이익 691억원을 거뒀다.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은 10.2% 늘었고, 영업이익은 160.8% 뛰었다. 모든 사업부문에서 흑자를 내는 데 성공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산업자재부문에서 5세대(5G) 케이블용 및 초고성능 타이어(UHPT)용 아라미드의 경쟁력이 견고하고 전기차 신규 수요 등 자동차산업의 성장으로 타이어코드 실적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적자를 거듭하며 ‘아픈 손가락’이었던 패션과 기타·의류소재부문도 소폭 영업흑자를 냈다.
시장에선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올해 영업이익이 최근 5년새 최고치인 28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 상황이 빠르게 개선되면서 영업이익이 3000억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올해 영업이익이 3000억원을 넘으면 2011년(4021억원) 이후 10년 만에 거두는 호실적이 된다.
‘슈퍼 섬유’인 아라미드는 강철보다 5배 강하고 불에 타지 않으면서도 늘어나지 않는 장점을 지니고 있어 방탄복과 군수품, 타이어코드, 광케이블 소재 등으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엔 5G 통신망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하기 위해서는 광섬유를 활용해 케이블을 만들어야 한다. 다만 광섬유는 내구성이 좋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광섬유 주변에서 이 단점을 보완해주는 소재가 아라미드다. 5G용 광케이블을 포함한 전체 광케이블 시장은 매년 약 9.8% 성장해 올해에는 약 50억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수요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연 7500t까지 생산할 수 있도록 설비를 증설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2019년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인 ‘CPIⓡ’도 회사 실적을 견인하는 ‘효자 소재’ 중 하나다. CPIⓡ은 코오롱인더스트리의 고유 브랜드다. 유리처럼 투명하고 수십만 번 접어도 흠집이 나지 않아 폴더블 디스플레이의 커버윈도로 사용되는 핵심 소재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샤오미 레노버 등 중국 정보기술(IT) 업체 폴더블 제품 커버윈도 시장의 약 90%를 점유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라 타이어코드 사용량도 증가해 중장기적으로 성장세가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타이어코드는 타이어 강도를 높여주는 보강재다. 통상 전기차, 수소차 등은 배터리 무게 탓에 타이어 내구성 강화를 위해 타이어코드를 10~20% 더 쓴다. 더욱이 경기회복으로 내연자동차 판매도 증가하면서 타이어코드는 없어서 못 파는 제품이 됐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연말까지 타이어코드 생산분에 대한 계약이 완료된 상태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생분해성(썩는) 플라스틱인 PBAT 양산을 통해 친환경 소재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용 후 매립하면 6개월 이내 90%가 생분해되는 플라스틱인 PBAT는 다른 플라스틱과도 혼용할 수 있는 등 활용성이 매우 높아 기존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SK종합화학과 함께 올 3분기에 생분해 플라스틱 제품을 출시하고, 오는 2023년까지 국내 최대 규모 생산 설비도 구축할 계획이다. 장희구 코오롱인더스트리 대표는 “PBAT사업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으로,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친환경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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