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의 역설'이 지배하는 증시

입력 2021-05-19 17:50   수정 2021-05-20 02:37

포스코는 지난해 2분기 영업적자(개별 기준)를 냈다. 1968년 창사 이후 처음이었다. 글로벌 부품 공급망이 무너지면서 자동차 공장은 셧다운(가동 중단)에 들어갔다. 물동량이 줄어들면서 선박 발주도 급감했다. 세계 곳곳의 공장들은 줄줄이 감산할 수밖에 없었다.

1년 후 철강업계는 제품이 ‘없어서 못 파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경기 회복으로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전방 산업이 한꺼번에 살아났기 때문이다. 수요는 증가하는데,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자 가격이 급등했다. 지난 1분기 포스코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조5524억원으로, 2011년 2분기 이후 최대였다. 주가는 올 들어 42% 올랐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하반기로 갈수록 중국의 본격적인 탄소 감축을 위한 철강 감산이 진행될 예정으로, 타이트한 철강 수급은 연내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시장을 관통한 키워드가 코로나19였다면, 올해는 ‘코로나의 역설’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위축됐던 경기가 한꺼번에 살아나는데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또 다른 사례는 해운과 항공이다. 컨테이너 운송 15개 항로의 운임을 종합한 SCFI는 지난 14일 전주 대비 248.18포인트 오른 3343.34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6년 말 국내 1위였던 한진해운이 파산해 감당할 수 없는 물량이 HMM에 몰렸다. HMM은 비수기로 꼽히는 1분기 영업이익이 1조193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줄어들었던 선복량이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성수기인 2분기 물동량은 더 증가하고 있다. HMM 주가는 올 들어서만 207% 오르며 주주 사이에서 ‘흠슬라(HMM과 테슬라의 합성어)’라는 별칭도 얻었다.

‘해운대란’은 하늘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컨테이너선을 구하지 못한 기업이 화물기에 수출품을 싣기 시작했다. 수요는 급증하는데 코로나19로 국제 항공노선이 줄어들면서 공급은 제한됐다. 항공 운임이 연일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배경이다. 지난해 1분기 900억원대 적자를 냈던 대한항공은 올 1분기 ‘화물 특수’로 1016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이 부분 자본잠식으로 지난 18일 주가가 급락했지만 대한항공 하락폭은 1.64%에 그쳤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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