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서는 모더나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맺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계약이 성사되면 더 이상 ‘백신 가뭄’이나 ‘접종 기피 현상’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당장 수급 문제를 해소할 기회다. 효능이 좋으면서 부작용이 적다는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이란 점도 우리에겐 큰 위안이다.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확보에 우리 기업들의 제조능력을 십분 활용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위탁생산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노바백스 백신이 그렇다. 여기에 모더나 백신까지 생산하면 현재 상용화된 대표 백신들을 국내에서 조달할 수 있게 된다. 백신 종류가 다양해지는 것도 의미가 적지 않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바이러스벡터 방식이고, 노바백스 백신은 단백질 재조합 방식이다.
하지만 여전히 허전하다. 백신주권 확보까지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계약조건에 따라 제품을 만들어 글로벌 기업에 납품하는 위탁생산만으론 충분한 백신 확보를 장담할 수 없다. 내년, 후년에도 우리는 백신 확보를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을 벌여야 할 공산이 크다. 코로나19는 토착 감염병으로 남고, 수년 뒤엔 또 다른 감염병이 등장할 수 있다는 예상까지 나온다. 결국 토종 백신이 해법이다.
정부는 답답한 소리만 하고 있다. 5월 18일자 한국경제신문의 <말뿐인 백신 주권…정부, 한국산 선구매 ‘0’> 보도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 국산 코로나19 백신 선구매를 추진하기로 확정했다. (임상 2상 최종 결과 등) 개발 성과가 가시화되면 관련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설명자료를 냈다. 사실상 백신 개발 리스크를 정부가 지지 않겠다는 말이다. 개발 초기 단계부터 조 단위 거금을 화이자 모더나 등에 쏟아부어 ‘백신 패권’을 거머쥔 미국 정부와 너무나 대조적이다. 이러니 백신주권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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