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보험사는 스타트업과 달리 몸집이 커 변화에도 더딜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DB손해보험이 이처럼 발빠르게 인슈어테크 시대에 대비할 수 있었던 데에는 국내 보험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CEO)’ 김정남 부회장의 역할이 컸다는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짧은 임기와 보여주기식 성과에 급급하지 않고 수년 뒤를 내다보며 디지털 혁신에 인력과 비용을 투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영상 통화는 사고가 난 차량을 입고시킨 뒤에도 활용된다. 차량 피해와 파손 부위를 영상으로 확인해 업무 효율을 높이고 수리 기간도 단축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소비자가 직원들과 직접 만날 필요 없이 사고 처리 전 과정을 해결할 수 있어 코로나19를 계기로 대면 서비스를 꺼리는 소비자들에게도 호응을 얻고 있다.
이제는 자동차보험의 필수로 자리잡은 운전자습관 연계보험도 DB손해보험이 2016년 업계 최초로 출시한 상품이다. 안전운전 특약이 포함된 이 상품은 차량에 부착된 내비게이션으로 운전자의 운행 속도와 급출발·급제동 등의 정보를 수집하고 안전운전을 할 경우 점수에 따라 가입자의 보험료를 최대 11% 깎아준다. 보험에 기술을 활용한 대표 인슈어테크 사례다. 현재까지 100만 명 넘게 가입했다.
DB손해보험은 ‘업계 최초’ 타이틀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빅데이터에 기반한 건강나이 상품 개발, AI 질병예측 서비스, 카카오톡을 통한 보험가입 프로세스 등을 확립한 데 이어 네이버 사인 인증, 스마트폰 기반 보상 콜 시스템, 모바일 통지 등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디지털 서비스를 확대했다. 2019년부터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A)과 손잡고 인슈어테크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는 프로그램도 업계 최초로 운영하고 있다. 기존 조직만으로는 생각하기 어려운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굴하기 위해서다.
텔레마케팅을 통한 보험계약도 AI가 모니터링한다. 모집자와 소비자 간 통화내용을 분석해 불완전판매 요인이 있는지 심사해준다. 40분 분량의 녹취를 사람이 심사할 때는 약 42분이 걸렸지만 AI는 이를 3분 만에 끝내고 보험계약도 즉시 확정할 수 있다. 이렇게 상담자와 심사자 업무를 자동화해 연간 30억원 이상의 비용을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내부 디지털 인력을 키우고 디지털에 친숙한 문화를 전사적으로 확산하는 것도 주요 목표다. DB손해보험 관계자는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임직원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면 도입 과정에서 잡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런 우려를 사전에 해소하고 전사적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응집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내부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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