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구본무 회장 3주기…LG '고객경영 정신' 기리며 차분한 추모

입력 2021-05-20 16:46   수정 2021-05-21 02:02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승부해서는 안 됩니다. 무엇보다 철저하게 고객 눈높이에서 사업을 봐야 하겠습니다.”(2014년 3월 LG그룹 임원세미나)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고객’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사람이다. 2015년 5월 신제품 경쟁력 점검 행사에선 “빨리 만들어서 매출을 올리겠다는 생각보다 얼마만큼 고객에게 가치를 줄 수 있느냐를 고민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신년사 등을 통해 “이 정도 만들면 잘 팔릴 것이란 공급자 중심의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구 전 회장 3주기인 20일. LG그룹은 고인을 추모하는 행사를 따로 열지 않았다. 대신 사내 게시판에 고인의 발자취를 담은 영상물을 올렸다. 고인이 그토록 강조한 ‘고객 경영’의 의미를 되새겨 보자는 취지다. LG 관계자는 “생전에 과한 의전과 복잡한 격식을 멀리하고 소탈함을 지향한 고인의 뜻을 감안했다”며 “임직원들이 영상을 보며 조용히 구 전 회장을 추모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LG그룹은 지난해 2주기 때도 별도 추모 행사를 열지 않았다.

임직원에게 공개한 추모 영상(사진)의 제목은 ‘화담(구 전 회장의 아호)의 고객 가치 정신을 기리며’다. 4분30초 분량의 영상은 대부분 구 전 회장의 사진과 육성으로 구성됐다. “내부 보고에 쓰는 시간을 줄여 한 시간이라도 더 고객과 만날 것”을 강조한 구 전 회장의 발자취를 짧은 영상에 녹여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영상 마지막에는 구광모 LG 회장의 올해 초 신년사 일부가 나왔다. “7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오늘의 LG를 만들어준 근간이자 LG의 미래를 결정짓는 것도 결국 고객”이라는 말이었다. 부친이 부르짖은 ‘고객 경영’의 뜻을 충실히 계승하겠다는 의미다.

구 회장은 취임 초부터 고객 경영을 계승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최근엔 “페인 포인트(pain point·불편한 지점)를 찾아야 한다”는 말을 자주 꺼낸다. 고객이 느낄 수 있는 사소한 불편을 선제적으로 찾아내고 문제를 해결하자는 독려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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