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가 1조20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한다. 대형 사모펀드(PEF)들이 대거 참여해 흥행에 성공하면서 케이뱅크의 ‘몸값’은 2조4000억원까지 올랐다.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기존 주주를 비롯해 신규 투자자로부터 1조20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하기로 하고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신규 투자자로는 미국계 PEF 베인캐피탈 약 2000억, 국내 PEF MBK파트너스 약 2000억원, 신한대체투자운용-JS PE 약 1000억원, MG새마을금고중앙회 약 1000억 등이 참여한다. 기존 주주 중에는 최대주주인 BC카드가 최대 4000억원, 한화생명 등 소수 지분을 보유한 주주들이 약 1000억원을 추가 투자를 한다. 케이뱅크는 오는 2023년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계획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출범 4년 만에 기업가치 2조4000억원으로 규모를 키우게 됐다. 케이뱅크는 2017년 자본금 2500억원으로 출범해 7번의 유상증자를 거쳤다. 이번에 1조2000억원의 투자금을 받으면서 단숨에 2조원대 기업으로 등극했다.
이번 투자금 유치는 당초 계획보다 2배 늘어난 규모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하반기 6000억원을 목표로 유상증자에 나섰다. BC카드가 2000억원을 부담하고, 4000억원은 신규 투자자를 통해 유치할 계획이었으나 막바지에 큰손 투자자들이 나서면서 투자 규모도 크게 증가했다.
케이뱅크는 이번 투자금을 발판으로 사업다각화 등을 통해 카카오뱅크를 바짝 추격하겠다는 계획이다. 케이뱅크는 2019년 1년여간 2대 주주인 KT가 공정거래법 위반에 따른 벌금형 선고로 대주주 적격성 위반 판결을 받아 대출 영업이 금지되는 등 한 때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다 지난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와 제휴를 맺으며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며 다시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
최근 가상화폐 광풍으로 업비트 거래 고객이 대거 늘어나면서 케이뱅크는 올 1분기에만 172만개의 신규 계좌를 유치했다. 적자폭도 크게 줄어들었다. 올해 1분기 12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350억원 손실을 낸 점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성과다. 최근 확보한 고객을 장기 고객으로 유인하기 위해서는 사업 확대가 장기 과제로 꼽힌다.
이를 위해 내부적으로는 조직 개편을 하는 등 온라인 플랫폼 강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월 취임한 서호성 케이뱅크 은행장은 취임 직후 잇따라 외부 인사를 영입하고, 다양한 사업 제휴를 하는 등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소수 지분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해서 글로벌 투자자를 끌어들인 것이 투자유치 흥행의 비결이었다. 이번 거래 조건에는 2023년까지 케이뱅크 IPO가 무산될 경우 최대주주인 비씨카드가 콜옵션을 행사해 재무적 투자자(FI)들의 지분을 사줘야 하는 드래그얼롱-콜옵션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콜 옵션 행사시 FI에 연 5%의 수익을 보장하는 조건이다. KT는 거래 초반에 연 3% 안팎 수익률을 제시했으나 막판에 연 5%까지 올리면서 FI들도 관심을 표했다는 후문이다.
경쟁사인 카카오뱅크보다 낮은 기업가치로 인터넷전문은행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점도 투자 매력도를 높이는 요인이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하반기 글로벌 PEF TPG, 앵커에쿼티PE로부터 투자금을 받을 당시 기업가치는 9조3000억원에 육박했다. 케이뱅크와 비교하면 7~8배 가량 격차가 나는 셈이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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