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의 일은 파티가 한창 무르익을 무렵 펀치볼(punch bowl)을 치우는 것이다.”
1951~1970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을 지낸 윌리엄 마틴은 중앙은행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펀치볼은 과일주스에 술을 넣은 펀치를 담아두는 대형 음료 그릇으로 파티장에서 흔히 볼 수 있죠. 경제가 활황일 때 지나치게 과열되지 않도록 기준금리를 올려 돈줄을 죄어야 한다는 명제를 파티장의 펀치볼에 빗대어 설명한 격언입니다.
한은을 포함해 많은 국가에서 통화를 얼마나 공급할지를 정하는 기준은 ‘물가목표제’로 나타납니다. 미국 Fed나 우리의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전년 대비 2%로 유지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돈을 많이 풀면 경제성장률이 올라가지만 통화가치가 하락하는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반대의 경우 디플레이션이 빚어집니다. 그래도 경제가 성장하려면 어느 정도 인플레이션을 감수해야 하기에 2% 상승이라는 목표를 설정한 것입니다.
중앙은행은 ‘은행의 은행’으로서 은행 등 금융회사의 자금이 원활히 돌아가도록 관리하는 금융안정 역할도 합니다. 주요 수단은 한국은행이 금융회사를 상대로 국채 등 증권을 사고파는 공개시장운영, 금융회사를 상대로 부족자금을 대출해주거나 여유자금을 예금받는 여·수신제도, 금융회사가 고객 예금의 일정 비율(현재 예금별로 0~7%로 정해짐)을 한은에 지급준비금으로 예치해 두도록 하는 지급준비율제도 등입니다.
한은이 이 모든 정책을 펴기 위해서는 경제현상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합니다. 이 때문에 한국은행은 경제조사 및 연구를 통하여 국내외 경제의 움직임을 면밀히 분석하고 관련 자료를 만듭니다. 국내총생산(GDP) 및 국민총소득(GNI)과 같은 국민계정이나 무역수지를 포함한 국제수지표 등이 한은이 작성하는 대표적 통계입니다.
미국 Fed는 연방준비법 목적조항에서 ‘최대고용, 물가안정, 적정장기이자율’ 등 세 가지 목표를 동등하게 중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역시 중앙은행법에 통화가치 안정, 완전고용 유지, 경제번영과 복지 등 세 가지를 정책목표로 명시하고 있죠. 영국 중앙은행은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놓되 고용과 성장 등 정부의 경제정책 지원을 하위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습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조정해도 투자가 늘고 고용이 늘어나기까지는 대략 2~3년의 시간이 필요한데, 하루하루 달라지는 국제 금융시장의 변화 속에서 고용까지 감안한 통화정책을 펴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죠. 미국과 호주 등이 예외적일 뿐 유럽중앙은행(ECB)을 포함한 대부분 국가 중앙은행이 고용안정을 명시하지 않는다고 반박합니다.
정태웅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② 정부가 국가재정을 활용해 경제성장을 지원하는 재정정책, 중앙은행이 통화공급을 통해 경제가 원활히 돌도록 하는 통화정책 등 두 정책의 장단점은 무엇일까.
③ 우리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이외에 고용안정도 중요한 정책 목표로 삼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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