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이 1분기 실적 호조를 보인 가운데 외국계 은행의 명암이 엇갈렸다. SC제일은행은 4년 만에 최대 순익을 거뒀지만, 씨티은행은 카드사업 부진에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순익이 줄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의 1분기 순이익은 10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7% 늘었다. 2017년 이후 처음으로 1000억원대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선전한 것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344억원으로 12.5% 증가했다.
이자수익이 반등한 영향이다. 1분기 이자이익은 2432억원으로 5.5% 늘었다. 반면 비이자이익은 1089억원으로 16.9% 줄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 둔화를 반영해 지난해 충당금전입액 363억원을 적립했지만, 올해는 170억원까지 감소하면서 기저효과가 반영된 결과다.
수수료 수익도 늘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순수수료손익은 올해 1분기 690억원으로 작년 1분기보다 약 22% 늘었다. 자산관리(WM) 부문에서 호조를 거뒀다는 방증이다. 순수수료손익 중 리테일금융은 457억원으로 지난해(303억원)보다 154억원이나 늘었다.
반면 씨티은행의 1분기 순이익은 482억원으로 19% 감소했다.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실적부진을 기록했다. 대손충당금 부담이 24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401억원)보다 줄었지만, 이자 및 비이자이익의 동반 감소가 발목을 잡았다.
1분기 이자이익은 2052억원으로 11.7% 줄었으며, 비이자이익도 848억원으로 13.9% 감소했다. 소비자 금융과 신용카드 사업부분의 이익여력이 동시에 줄어든 탓이다. 신용카드 손익은 436억원으로 15.3% 감소했다. 소비자금융부문의 순이자손익은 1189억원으로 1.8% 줄었다.
알짜 사업인 신용카드 부문 실적도 부진했다. 신용카드 관련 수수료수입액(카드론 이자 포함)은 558억원으로 18% 감소했다. 카드 가맹점 수와 개인회원이 동시에 줄어든 영향이다. 신용카드 가맹점수는 5909개로 지난해 말(7683개) 대비 23% 줄었으며, 개인회원도 3개월 만에 1만2000명 감소했다.
그동안의 수신 및 여신에서 시장 점유율의 추세가 실적 희비를 주도했다는 평가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의 수신(예금) 시장점유율은 2018년 3.34%에서 2019년(3.36%), 2020년(3.42%) 매년 늘었다. 반면 씨티은행의 시장점유율은 2018년 2.04%에서 2019년(1.92%) 지난해(1.79%)까지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여신(대출) 시장점유율도 SC제일은행은 2018년 3.34%, 2019년(3.36%), 지난해 3.42%로 상승한 반면 씨티은행은 2.04%에서 2019년(1.92%), 지난해(1.79%)로 뚝 떨어졌다.
씨티은행이 소매금융 철수를 발표한 것도 이같은 부진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씨티은행은 소비자금융 부문을 통매각하는 방향을 최우선으로 앞세우고 있다. 하지만 알짜였던 카드부문이 부진을 기록하면서, 최근 고객을 위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매각을 앞두고 고객 이탈 방지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