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의 2분기 실적에 적신호가 켜졌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여파로 각 공장이 휴업에 나섰지만 인건비 출혈은 여전하다. 생산 차질로 차량 판매가 줄어들어 영업이익 직격타가 우려된다.
휴업 기간에도 임금 100% 지급
2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지난 18일과 20일, 아반떼와 베뉴를 생산하는 울산3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에어백을 조절하는 반도체 재고 부족이 직접적 원인이 됐다.현대차 울산5공장도 이달 17~18일 휴업했다. 울산5공장에서는 투싼과 수소차 넥쏘가 생산된다. 같은 기간 기아도 스토닉과 수출형 프라이드를 생산하는 광명 소하 2공장을 멈춰 세웠다. 지난달에는 울산1공장과 아산공장이 조업을 중단해 주력 세단인 그랜저와 쏘나타, 전기차 아이오닉5·코나 등이 생산 차질을 겪었다.
당초 현대차는 울산3공장 휴업 계획을 지난 17~18일로 잡았다. 그러나 뒤늦게 휴업 소식을 들은 노동조합의 반발로 결국 일정을 이달 18일과 20일로 조정했다. 사측이 일방적으로 휴업을 결정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었다.
뿐만 아니라 현대차는 휴업 기간 임금을 100% 지급하겠다며 노조를 달랬다. 온라인 재택교육을 이수하면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하겠다고 했다. 만약 재택교육을 받지 않더라도 임금의 70%를 가져간다. '원료 및 자재 수급 부족'으로 공장이 휴업하는 경우 회사에 귀책사유가 있다고 간주, 임금의 70%를 지급하겠다고 합의한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조항 때문이다.
현실로 다가온 반도체 보릿고개에 차량 생산까지 중단하는 처지인 현대차는 이같은 '노조 리스크'까지 겹쳐 대규모 비용 손실을 감당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질주하던 현대차 실적 '급제동' 예상
1분기 깜짝 실적을 거둔 현대차·기아의 2분기 실적에 급제동이 예상되는 이유다. 반도체 부족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달의 경우 내수·수출 합산 현대차, 기아의 지난달 판매량은 각각 34만5777대, 24만9734대로 전달보다 8.6%, 1.3%씩 줄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부족 사태로 인한 생산 차질은 국내 자동차 업계 전체의 문제라 시장점유율 타격은 현대차·기아 모두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판매량 감소에 따른 매출 타격은 불가피하다.
현대차는 지난달 22일 1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반도체 수급 상황이 빠르게 변하고 있어 5월 이후의 생산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다. 기아도 "미리 비축해 뒀던 재고가 바닥나는 시점이 5월"이라며 힘든 시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조 단위의 영업 손실이 예상된다는 진단도 제기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재고 부족에 따른 휴업은 귀책사유가 사측에 있어 휴업 중에도 임금이 지급된다"며 "뿐만 아니라 추후 부품 공급이 원활해지면 회사 측이 물량 맞추기를 위해 특근·야근을 늘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회사 수익에는 지장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업이익률이 0.5%~1%포인트가량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연간) 조 단위 손실을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짚었다.
앞서 정보기술(IT) 업계도 인건비 등 영업비용 증가로 비슷한 진통을 겪었다. 개발자 구인난 속 연봉 경쟁을 펼친 탓이다. 국내 1위 포털 네이버는 지난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한 매출에도 오히려 1% 후퇴한 영업익을 거뒀다. 엔씨소프트도 영업익이 전년 동기 대비 76.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임단협 앞둔 노사, 본격 힘겨루기
이 와중에 현대차 노사는 올해 임단협을 앞두고 본격 힘겨루기에 돌입했다.최근 현대차그룹이 미국 현지에 전기차 공장을 설립하는 등 8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자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신사업의 경우 해외가 아닌 국내에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노조는 또 현재 60세인 정년을 64세까지로 늘리고,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등의 방안을 올해 임단협 요구안에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사무·연구직 중심의 별도 노조를 설립한 현대차 사무직 노조는 전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에게 임단협 상견례를 제안했다. 지난달 노조 출범 이후 첫 공식 행보다. 사무직 노조는 40~50대 생산직으로 구성된 기존 노조와 구분되며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주축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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