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성과는 뭐니뭐니 해도 두 정상 간 만남을 통해 그 동안 균열 조짐이 뚜렷했던 양국 동맹관계가 정상궤도로 복귀하게 됐다는 점이다. 한국은 정상회담 성명에서 대만, 남중국해, 인권 등을 거론하며 진정한 우방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임을 대내외에 천명했다. 특히 4대 그룹이 미국에 44조원을 투자키로 하면서 기존 안보동맹을 넘어 기술·경제동맹으로 진화하게 된 것은 두고두고 국익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인공지능(AI)·핵심 원료·차세대 이동통신(6G)·데이터 등부터 소형 원자로에 이르기까지 미국 기업들과 첨단기술 분야에서 광범위한 파트너십을 맺기로 한 것도 주목된다. 전경련 등 재계가 즉각 성명을 내고 “양국 교역과 투자 확대 등을 통한 다양한 경제협력을 기대한다”고 환영한 것도 이런 점에서 일 것이다.
하지만 한계도 뚜렷하다. 정부는 미국과의 투자와 협력을 기반으로 백신과 북핵문제 등에서 상당한 성과를 자신했었다. 문 대통령은 출국 전 “백신 협력을 강화해 접종을 차질없이 시행하고 일상 회복시기를 조금이라도 앞당기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이번에 추가 확보한 백신 물량은 한국군용으로 고작 55만 명분이 전부다. 정부가 운을 띄웠던 ‘백신 스와프’에 대해선 일언반구 언급이 없다. 정부가 성과로 내세운 미국 모더나와 삼성바이오로직스 간 계약이 기술이전에 따른 위탁생산이 아니라 백신 원액을 들여와 단순 ‘병입’하는 수준에 그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정부가 최대 성과로 내세운 북한 문제도 그렇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추진하기 위한 동력을 확보했다”(정의용 외교부 장관)고 자랑했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먼저 뭔가를 보여야 만날 수 있다”고 확실히 선을 그었다.
더구나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과의 관계가 한층 복잡미묘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마냥 ‘환호’만 할 때가 아니다. 중국이 가장 민감해할 부분인 대만, 남중국해 등을 거론한 것이나, 중국 주요 도시를 사거리권으로 둘 수 있도록 ‘미사일 지침’을 종료시킨 조치 등이 한·중 간 새 갈등거리가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가 진통 끝에 한·미 동맹 진화라는 쪽으로 방향을 잘 잡았지만 앞으로는 더욱 치밀하고 냉정하게 외교·안보와 경제·기술의 복합 방정식을 풀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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