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연 한국감정평가학회장(제주대 경제학과 교수)은 23일 “집값과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건보료 등 복지 혜택 상실의 충격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인상 충격에 비할 바가 아니다”며 이같이 우려했다. 집값과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사전에 바로잡지 못하면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에 버금가는 충격이 온다는 게 정 교수의 진단이다.
공시가격은 재산세 종부세 등 보유세의 과세 기준이 될 뿐 아니라 건보료, 기초노령연금, 장애인연금, 기초생활수급자, 취업 후 학자금 장기상환 대상자 선정 등 60개가 넘는 복지제도의 기준으로 활용된다. 제주시는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2016년 25.6%, 2017년 20.0% 급등하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을 먼저 겪었다. 정 교수는 “국민연금과 각종 복지 혜택 등으로 그럭저럭 살 만하던 삶이 순식간에 빈곤 계층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지역은 이런 임계점을 이미 지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집값 상승과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의 영향으로 서울지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2018년 10.1%, 2019년 14.0%, 2020년 14.7%, 2021년 19.8% 등 4년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2016~2020년 4~6%에 머물던 전국의 공동주택 공시가격도 올해 19.0%로 뛰었다.
건보료 부담은 금전적으로도 부동산 세금보다 더 많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서울 중계동의 동진신안아파트(134㎡) 한 채와 2017년식 쏘나타 자동차를 보유하고 국민연금을 연간 1000만원 받는 은퇴자는 올해 11월부터 매월 24만888원의 건보료(장기요양보험료 포함)를 내야 한다. 이 아파트 단지의 공시가격이 지난해 7억3300만원에서 올해 9억7400만원으로 오르면서 건보료 피부양자 자격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집값 상승에 따른 재산세와 종부세 부담 증가의 세 배 이상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세무사)에게 의뢰해 보유세 부담 변화를 시뮬레이션한 결과(1주택자로 세액공제가 없는 경우) 이 아파트의 보유세는 지난해 197만원에서 올해 283만원으로 86만원(43.8%) 오른다.
정부도 이런 전문가들의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집값이 올라 건보료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할 경우 내년 6월까지 건보료 납부액을 한시적으로 50% 감면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연말마다 피부양자 자격을 박탈당한 가입자의 시위와 항의 전화가 빗발치는데 올해는 그 강도가 훨씬 셀 것”이라고 말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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