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보복 주차는 차량 손상 없어도 재물손괴"…벌금형

입력 2021-05-24 14:20   수정 2021-05-24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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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된 차 앞뒤로 장애물을 붙여놔 차를 움직일 수 없게 만든 이른바 ‘보복 주차’에 대해 대법원이 재물손괴죄에 따른 벌금형을 확정했다. 차량에 손상이 없다 해도 차주가 일정시간 동안 차를 운행할 수 없었던 만큼 재물손괴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배모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배씨는 2018년 7월 7일 오후 1시 22분께 서울 노원구의 한 시멘트 공장 인근 공터에서 평소 자신이 굴삭기를 주차하는 곳에 피해자 A씨의 차가 주차된 것을 발견했다. 배씨는 A씨의 차 앞뒤로 철근콘크리트 구조물과 굴삭기 부품을 바짝 붙여 놓았다.

A씨는 같은 날 저녁 10시쯤 차를 가지러 갔지만 장애물 때문에 차를 뺄 수 없었다. A씨는 112신고를 했고 출동한 경찰관과 장애물을 제거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결국 A씨는 다음 날 오전 7시 10분께 배씨가 차 뒤에 놓아둔 굴삭기 부품을 제거할 때까지 약 18시간 동안 차를 운행할 수 없었다.

1심은 “피고인의 행위로 승용차 자체의 형상이나 구조, 기능 등에 아무런 장애가 없으므로 재물손괴죄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이 판단은 2심에서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재물손괴죄는 재물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의 방법으로 효용을 해하는 경우 성립한다”며 배씨의 장애물 설치는 A씨의 승용차를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만든 만큼 유죄로 판단했다. 재물손괴죄에서 정하는 ‘기타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대법원도 “구조물로 인해 피해 차량을 운행할 수 없게 됨으로써 일시적으로 차량 본래의 효용을 해했다”며 배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최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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