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통신은 올해 2월 대만 보건부가 코로나19 백신 공급 문제로 중국과 마찰을 빚었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만 정부는 독일 바이오엔테크를 통해 코로나19 백신 500만 회분을 구입할 계획이었다. 바이오엔테크는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함께 백신을 개발한 회사다. 중국과 홍콩, 마카오 등의 백신 공급을 맡은 중국 기업의 반발로 이 계획은 실현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대만이 백신 문제를 정치 이슈로 변질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중국은 중앙아시아, 유럽을 잇는 실크로드인 일대일로 정책의 일환으로 백신 외교에 나서고 있다. 세계 80여 개국에 코로나19 백신을 지원했고 50개국에 백신을 수출했다. 미국은 화이자, 모더나, 존슨앤드존슨 등의 백신 2000만 회분을 다음달 말까지 다른 나라에 공급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백신 외교전에 뛰어들었다.
코로나19 모범국으로 꼽히던 대만에서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한 것은 이달 중순부터다. 10명 안팎으로 유지되던 하루 신규 확진자는 400명을 훌쩍 넘겼다. 중국 정부는 지난 18일 대만에 백신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대만 정부는 이를 거부했다.
백신 확보에 뒤처진 대만의 접종률은 1% 수준이다. 대만 정부는 미국 정부로부터 백신을 공급받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 백신 공급을 요구하는 나라가 많아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대만의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반도체업계에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대만을 덮친 극심한 가뭄으로 TSMC의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고 이는 세계 반도체 공급 위기로까지 번졌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상당수 완성차업체가 반도체 부족으로 일부 공장 가동을 멈췄다. 코로나19 상황까지 더 악화하면 극심한 반도체 기근을 겪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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