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에선 1분기 실적 시즌이 끝나 시장에 별다른 이벤트가 없는 지금, 정상회담 관련주가 당분간 힘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종목별 밸류에이션에 따라 상승폭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힘이 없는 시장이었지만 크게 오른 종목이 있었다. 한·미 양국이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언급한 업종이 그 주인공이다.
가장 성과가 좋았던 건 방위산업주였다. 방산 부품을 제조하는 한일단조는 이날 11.11% 올랐고, 방산물자를 만드는 LIG넥스원도 9.75% 올랐다. 같은 방산주로 묶이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1.87% 상승했다. 이는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42년 만에 미사일 지침을 종료하기로 합의한 덕이다. 한국이 사거리에 구애받지 않는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게 되면서 방산주가 혜택을 볼 것이란 기대감이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우주 개발 관련주도 크게 올랐다. 미사일 지침 해제가 인공위성 발사체 개발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위성통신단말기를 만드는 AP위성은 6.94% 올랐고, 인공위성 제조업체 쎄트렉아이는 2.11% 상승했다.
원전 관련주도 크게 튀어올랐다. 한·미 양국이 해외 원전시장에 공동 진출하기로 합의한 까닭이다. 원전 부품주 비에이치아이는 4.90% 올랐고, 원전을 제작하는 두산중공업은 4.68% 올랐다.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백신 파트너십을 맺기로 하면서 백신 관련주도 올랐다. 미국 노바백스와 백신 개발·생산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SK바이오사이언스는 0.93% 올랐다. 모더나의 백신을 위탁생산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장중 한때 5% 급등하다가 장 후반 차익매물이 쏟아지며 0.35% 하락 마감했다.
다만 분야별, 종목별로 상승 탄력이 다를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관련 이슈가 이미 선반영됐는지, 혹은 밸류에이션이 이미 높지 않은지 따져봐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장 초반 급등했지만 위탁생산 뉴스가 5월 초부터 흘러나오며 주가가 올랐던 탓에 차익매물이 쏟아지며 상승폭을 줄이기도 했다. 반면 방산주나 우주개발 관련주는 최근까지 주가가 지지부진했기에 이번 정상회담 이슈가 큰 호재가 됐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백신주는 위탁생산 등 이슈가 이미 시장에서 많이 논의돼 일정 부분 주가에 반영됐다”며 “우주항공산업은 미래 예상도를 그리기조차 어려웠던 산업 분야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도화지가 크게 펼쳐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며, 원전 관련주도 해외 진출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가가 추가로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밸류에이션이 싼 종목일수록 주가 상승폭이 클 것이란 전망이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미사일 지침 종료 소식은 방산업체에 두루 좋다”면서도 “주가 퍼포먼스 측면에서 보면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이 싼 LIG넥스원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편안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