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게임 하는데 300만 원이나 썼더라고요."
"300만 원? 너무 적게 쓴 거 아니야? 요즘은 최소 500만 원은 써야 사람 구실 한대요."
최근 예능프로그램 '1호가 될 순 없어'에 출연한 김지혜가 남편 박준형의 게임 현질(온라인게임의 아이템을 현금을 주고 사는 것)을 폭로하자 임요환 아내 김가연이 한 말이다.
이 말을 들은 박준형은 응원에 힘입어 "주위에서 거지 취급 당해요", "남들 다 사자 타고 다니는데 나만 개 타고 다녀요" 등 그간 겪은 설움을 쏟아냈고 김지혜는 어이가 없어 입을 다물지 못했다.
위의 에피소드는 프로게이머 출신 남편을 둔 아내의 반전 반응으로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낸 경우다. 임요환은 스타크래프트 최고의 플레이어로 우리나라 최초 게임 억대 연봉자기도 하지 않은가. 일반적인 현실부부에게 게임 중독 및 게임 결제 문제는 당장 결혼생활의 걸림돌이 되기도 하고 극단적인 경우 이혼 사유도 될 수 있다.
지난해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게임에 빠져 '현질'을 하다가 아이까지 다치게 한 뒤 이혼당한 남편의 사연이 화제가 됐다.
당시 남편은 "처음엔 10만 원만 했는데,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점점 더 빠져들다 보니 400만 원이 넘는 돈을 반나절 만에 카드 결제 했다"라며 "커뮤니티에 한 번씩 글을 쓸 때마다 부러워하던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자 다음 달에는 600만 원을 결제했다"고 고백했다.
남편의 카드 명세서를 본 아내는 펑펑 울었고 남편은 '다시는 그러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아내는 결국 적금을 깨서 카드값을 상환했다.
하지만 현질의 맛을 한 번 본 남편은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그다음 달 600만 원을 결제하기에 이르렀다.
그뿐만 아니라 게임에 몰입해 있다가 옆에 와서 매달리는 아이를 밀쳐 넘어지는 바람에 눈 위쪽이 책상 모서리에 부딪혀 찢어지는 일까지 발생했다. 결국 참지 못한 아내는 이혼을 통보했다.
이외에도 아내가 집에서 게임을 하지 못하게 한다는 이유로 친구들과 원룸을 빌려 퇴근 후 맘껏 게임을 즐기다 발각돼 결혼이 파탄 난 사례도 있었다.
그렇다면 지나치게 게임에 몰두하는 것은 이혼의 귀책 사유가 될 수 있을까.
게임이 아니더라도 배우자가 골프, 낚시, 등산 등 취미활동에 지나치게 몰입하고 가정생활에 소홀한 경우는 어떨까.
법알못(법을 알지 못하는 사람) 자문단 이인철 변호사는 "이혼 상담을 하다 보면 ‘배우자가 지나치게 게임을 많이 해서 게임중독이 되고 카드를 결제해서 이혼하고 싶다는 사람과 반대로 배우자가 게임을 못 하게 해서 그만 살고 싶다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단순히 게임을 하는 것만으로는 이혼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며 "낚시, 골프 등 취미생활도 마찬가지다. 이혼이 성립되려면 취미활동에 빠져서 가정이 파탄되었다는 것이 인정되어야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게임중독에 빠져 이로 인하여 부부간의 갈등이 심해지고 막말, 상습적인 거짓말을 하거나 폭언이나 폭행까지 이르는 정도가 되면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심지어 배우자 몰래 자신 명의의 집을 팔거나 대출받아서 게임을 하고 전 재산을 탕진하는 경우도 있다"며 "게임에 지나치게 빠져서 돈을 탕진하고 가정에는 신경을 하나도 쓰지 않아 가정이 파탄되었다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게임에 빠진 남편들의 말을 들어보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서 게임을 한다는 사람들도 있다"며 "어떤 중독이든 중독에 빠진 사람은 쉽게 그 늪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중독은 뇌의 도파민이라는 신경호르몬이 과잉 분비되면서 일어나고 과정에서 쾌감을 느끼게 되는데 더욱 강렬한 중독성 자극을 요구한다고 한다"며 "중독에 빠지면 더 강한 자극을 위해서 더 상습적으로, 더 강렬한 것들을 찾게 될 것이고 그러는 동안 몸과 마음은 병들고 정신이 피폐하게 된다. 중독에 빠진 상당수의 부부가 정상적인 결혼을 유지하지 못하고 결국 헤어지게 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독에서 나오려면 치료를 받아야 하고 결혼생활에 성공하고 행복하려면 잘못된 습관에서 벗어나 건강한 습관부터 가져야 할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도움말=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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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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