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출장·회식 사라지자…日 상장사 비용 72조 줄었다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입력 2021-05-25 07:58   수정 2021-05-25 08:14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출장과, 대면영업, 회식 등이 사라지면서 지난해 일본 상장사들의 비용이 7조엔(약 72조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으로 지출되던 자금을 디지털화나 탈탄소화 등 경영과제 해결에 활용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2020회계연도(2020년 4월~2021년 3월) 일본 상장기업 1400여곳의 고정비용은 124조엔으로 1년 전보다 5%(약 7조엔) 줄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폭으로 고정비가 감소했다.

기업의 비용은 매출에 따라 늘어나는 변동비와 매출에 관계없이 발생하는 고정비로 나뉜다. 출장비, 광고선전비, 인건비, 감가상각비, 교통비, 수도광열비, 교제비(회식비용) 등이 고정비에 포함된다.

지금까지 기업은 고용비용을 줄이기 위해 인건비를 삭감하는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본 정부가 고용비용을 대부분 보조했기 때문에 실업자는 크게 늘지 않았다.

인건비 대신 가장 크게 줄어든 게 출장비였다. 코로나19 여파로 상당수 기업이 국내외 출장을 전면 중단시켰기 때문이다. 일본 관광청에 따르면 지난해 교통비와 숙박비 등을 포함한 출장비는 전년보다 70% 이상 감소했다.

건설기계 제조사인 고마쓰는 해외 자회사 간부 전원을 일본으로 소집하던 간부 회의를 온라인으로 대체한 이후 출장비가 252억엔 줄었다. 일본 최대 통신회사 NTT의 자회사인 NTT데이터도 해외 출장이 전면 중단되면서 출장비가 50억엔 이상 감소했다. 이토추상사 등 일본 종합상사들도 코로나19 확산 이후 원칙적으로 해외출장을 금지하고 있다.

재택근무의 정착도 기업의 고용비용을 줄이는데 한몫하고 있다. 파나소닉은 지난해 재택근무로 필요 없어진 오피스의 사용효율을 높여 고정비를 600억엔 줄였다. 남는 오피스 계약을 연장하지 않거나 해지하는 기업이 늘고 있어 임차료 등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대부분의 일본 기업들은 사원들의 교통비를 지급한다. 재택근무가 늘수록 교통비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내 회식이 줄면서 연 3조9000억엔에 달하던 교제비도 상당 수준 감소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일본 정부가 3차례에 걸쳐 긴급사태를 선포한 영향이다.

온라인 영업이 일상화하면서 광고비도 줄었다. 지난 1월 전기자동차 신차발표회를 온라인으로 진행한 마쓰다는 지난해 광고비를 700억엔 줄였다. 일본 최대 광고기획사 덴쓰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광고비는 1년전보다 10% 이상 줄었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이벤트와 전시회 비용이 40% 가량 급감했다.

기쿠치 마사토시 미즈호증권 수석 주식전략가는 "비용절감 효과가 명백한 해외 출장비는 영구적으로 삭감하고 교제비도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코로나19 수습 이후에도 이러한 비용은 회복되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아낀 비용을 투자로 돌리는 기업도 늘고 있다. 아사히그룹홀딩스는 창고 자동화로 절감한 500억엔을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투자에 쓰기로 했다. 세계 최대 유리 제조사인 AGC는 재택근무 정착으로 줄인 비용을 데이터 분석이 가능한 인재 육성 등 디지털 부문의 투자에 투입하기로 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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