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구에서 분양됐던 아파트에서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대출조건이나 청약자격문제 등으로 포기·취소하는 경우보다는 '단순변심'이 늘어났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동구 봉무동에서 공급된 이시아 팰리스는 36가구 중 34가구가 미계약돼 미계약률이 94%에 달했다. 무순위에서는 47명이 접수됐지만, 3개 주택형 중 2개만 마감됐다.
무순위 청약에서 마저도 미달된 아파트가 있다. 줍줍으로도 불리는 무순위 청약은 대구나 경북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자격조건이 까다롭지 않다보니 무순위 청약은 경쟁률이 높기 마련이지만, 대구는 달랐다. 무순위에서도 미달을 기록했다.

해당 단지는 동구 율암동에 조성되고 있는 안심뉴타운에서 공급되는 '대구 안심 파라곤 프레스티지'다. 지난 11일 696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받았는데, 172명만이 접수됐다. 당초 이 아파트는 전용면적 84㎡로 이뤄진 759가구를 분양했지만, 일반청약에는 384개의 통장만 접수됐다. 무순위로 쏟아진 물량만 696가구는 전체의 91%에 달했다. 그나마도 무순위 청약이 미달을 기록해 미분양을 예약해 놓은 상태다.
이보다 직전에 분양된 '대구 안심뉴타운 B3블록 호반써밋 이스텔라' 역시 대거 미달이 났다. 315가구를 모집했는데, 무순위로 214가구가 쏟아졌다. 미계약률이 68%인 셈이다. 무순위에서도 6개의 주택형 중 2곳은 미달돼 추가 접수를 받고 있다.
현지 분양 관계자는 "안심뉴타운은 아직 인프라가 미비한데다 분양가가 높다는 분위기가 반영됐다"고 말했다. 대구 안심 파라곤 프레스티지와 호반써밋 이스텔라의 분양가는 (최고가 기준으로) 전용 84㎡형이 4억7000만~4억9000만원대였다. 안심뉴타운과 인접한 각산태영데시앙(2009년 입주)의 같은면적 실거래가는 이달들어 3억4100만원이었다. 노후된 단지인 점을 감안해도 분양가가 1억5000만원가량을 웃돌다보니 수요자들이 선택하기는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분양을 앞둔 현장 관계자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적잖게 당황하는 분위기다. 1분기까지만해도 각종 주택관련 지표들이 좋은 편이었고, 분양되는 아파트마다 조기에 완전판매가 됐기 때문이다. 실제 국토교통부 통계누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말 기준으로 대구 미분양 아파트는 195가구로 최근 1년 중 가장 적은 물량이 남아있다. 준공 후 미분양은 60가구에 불과했다.
A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연초만해도 조기마감을 걱정했었는데, 이제는 미분양 걱정을 하고 있다"며 "시장이 지난달부터 급격히 식기 시작하면서 분양시기를 다시 봐야하나, 아니면 완전히 식기 전에라도 분양을 해야하나 재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구에 거주하고 있는 업계 관계자는 "대구에 분양이 그동안 너무 많았고, 잘 되면서 분양가가 과도하게 올랐다"며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거나 투기과열지구에서 공급되는데도 분양가가 최고 수준으로 나오다보니 수요자들의 거부감이 급격히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대구는 올해 사상 최대 수준인 총 2만 8213가구(58곳)의 일반분양이 계획됐다. 이는 지난해 공급 물량인 2만3762가구(49곳)보다 약 18%가 증가한 수치다. 이중 절반에 달하는 총 27곳, 1만 4317가구는 오는 6월부터 연말까지 공급될 계획이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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