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기아자동차에서 사명을 바꾼 뒤 처음 내놓은 차량인 준대형 세단 K8. 외관에서 느껴지는 고급스러움에서 기아가 공을 들였다는 느낌이 확연했다. 바뀐 엠블럼 역시 외관에 잘 어울렸다. 준대형 세단 강자인 그랜저의 위치를 위협할 것이라는 전망이 와닿았다. 단순히 K7에서 숫자만 바뀐 차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K8 하이브리드는 K8의 장점인 명품 오디오를 즐기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K8의 사운드 시스템은 영국 최고급 오디오 브랜드인 메리디안과 2년간 공동 개발한 제품을 넣었다. 하이브리드 특성상 저속 주행 시 전기모터를 이용하기 때문에 가솔린 모델보다 소음이 적어 사운드를 더 깨끗하게 즐길 수 있다. 실내 흡·차음재 밀도를 높여 진동과 소음을 더욱 줄였다는 게 기아 측 설명이다. 사운드가 너무 강렬하게 들려, 인근 차의 경적 소리나 주차 안내원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는 게 오히려 단점이라고 여길 정도였다.
K8 하이브리드를 타고 서울에서 남양주 일대를 약 100㎞ 운전했다. 막히는 구간에서도, 고속도로에서도 가속이 부드러웠다.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를 밟는 대로 차가 민첩하게 움직였다. 저속 구간에서는 물론이고 고속으로 속도를 올리는 과정에서도 힘이 충분했다. K8 하이브리드의 또 다른 장점은 연비다. K7 하이브리드보다 11% 개선된 L당 18㎞다.
차량 내부 디자인도 외관만큼 고급스러움을 뽐낸다. 디스플레이는 깔끔하다. K8을 처음 탔음에도 어떤 버튼이 어느 기능을 의미하는지 한눈에 알아보기 쉬웠다. 다이얼 방식의 변속기도 눈길을 끌었다. 드라이브 모드를 선택하면 좌석이 운전자의 등을 잡아준다. 1시간 이상 운전하면 공기 주머니를 조절해 자세를 바꿔 운전자의 피로를 줄여준다. “1등석 공항 라운지에서 영감을 받아 내부 공간을 디자인했다”는 기아의 설명에 수긍이 갔다.
다만 전고가 1455㎜로 기존 K7보다 15㎜ 낮은 점은 아쉬웠다. 키 185㎝인 기자가 뒷좌석에 앉자 머리카락이 천장에 닿아 쓸렸다. 머리를 위로 올리는 스타일을 주로 하는 장신의 탑승자는 신경 쓰일 만한 지점이다. 다만 축거는 2895㎜로 그랜저보다 10㎜ 길어 앞좌석과 여유 공간은 충분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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