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현장 인근서 익사한 청년 유족 "관계자 전원 무혐의라니…재수사하라"

입력 2021-05-25 16:02   수정 2021-05-25 18:58

전북 전주 고속도로 공사 현장 인근 하천에서 물놀이를 하다 숨진 20대 청년 A씨의 유족이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과 검찰이 공사 관계자 및 관련 공무원 전원을 무혐의 처분한 데 대해 재수사를 촉구하는 이의신청서를 냈다고 밝혔다.

유족은 앞선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전주시와 공사업체가 안전관리 업무를 소홀히 해 사고가 발생했다며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청원을 제기했었다.

A씨 부친(사진)은 이날 전북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하천 담당 공무원들이 안전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검찰의 보완 수사 요구를 받은 경찰이 관련자들을 모두 무혐의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사실을 조작하고 수사재량권을 남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0일 경찰에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유족에 따르면 A씨(23)는 지난해 8월18일 오후 12시50분께 전주시 완산구의 새만금~전주간 고속도로 공사 현장 인근 하천에서 친구 4명과 물놀이를 하다가 숨졌다. 이 하천의 평균 수심은 0.3~0.7m에 불과하지만 임시 교량이 설치된 사고 현장 수심은 2.5m에 달했다.

수사를 맡은 전주 완산경찰서는 관리·감독 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가 있다고 보고 현장소장 등 공사 관계자 2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바뀐 담당 검사가 경찰에 보완수사 요구를 한 뒤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경찰은 “공사 관계자들이 청년들에게 공사 현장이라 위험하니 다른 곳으로 가라고 주의를 줬는데도 이들이 위험성을 인지한 상태에서 술에 취해 물놀이 하다 익사 사고가 발생했다”며 “공무원과 공사 관계자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유족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유족 측은 △공사 관계자가 하천에서 물놀이를 하지 말라는 주의를 준 적이 없고 △A씨 친구들이 당시 상황을 선명히 묘사해 진술할 정도로 술에 취하지 않았으며 △공사 현장에 안전표지판이 없는 등 관계자들이 하천 안전을 무방비 상태로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A씨 부친은 “공무원들이 하천 안전관리 의무를 이행하고, 하천에 안전관리자가 배치돼 있었다면 사고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관련자들에 대한 업무상 과실 여부를 재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의신청을 받은 경찰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해당 사건을 전주지검으로 송치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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