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억원대 출금 정지 사태로 ‘먹튀’ 논란을 일으킨 중소형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소닉 피해자들이 경찰에 단체 고소장을 낸다. 소송인단 대부분이 30~50대인 것으로 조사됐다. 카드론 등 2금융권에서 자금을 빌린 투자자도 5%에 머물렀다. 암호화폐 시장을 겁 없는 1020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는) 투자자의 놀이터로만 보고 대책 마련에 소홀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소송인단의 대부분이 30~50대였다. 30대가 44.7%(17명)로 가장 많았고 40대(34.2%,13명), 50대(18.4%, 7명) 순이었다. 20대는 0.03%(1명)에 그쳤고, 10대는 한 명도 없었다. 피해규모는 적게는 500만원에서 최대 1억5000만원으로, 대부분 1억원 미만(81.5%)이었다.
무리하게 빚을 내 투자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52.6%(20명)는 개인 여유자금으로 투자했고, 은행 등 1금융권에서 대출한 경우가 34.2%(13명)였다. 은행 대출을 한 경우 이자는 연 2~3%대였다. 지인, 친인척에게 빌려 투자한 경우가 7.9%(3명)이었고, 카드론 등 2금융권의 고금리 대출을 쓴 경우는 5.3%(2명)에 그쳤다. 피해자모임의 간사를 맡고 있는 곽모씨는 “2017년부터 소액씩 여유자금으로 암호화폐에 분산 투자를 해 왔고, 비트소닉을 이용하게 된 것도 다른 곳보다 수수료가 저렴했기 때문”이라며 “비트소닉은 2018년에 업비트 거래량을 넘어설 정도로 이용이 많았었던 곳이고 다른 거래소도 언제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으란 법이 없다”고 말했다.
피해자 곽씨도 올 초 투자 자금이 묶이자 지난 2월에도 서울동부지방법원에 가상 자산 출금 제한 금지를 풀어달라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을 냈다. 당시 법원은 “출금을 부당하게 제한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이 신청을 인용했다. 그러나 강제 집행 결정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채무자가 가처분 결정에 따르지 않을 것이 강하게 의심되고 위법상태를 신속하게 제거할 필요성이 소명돼야 한다’는 이유다. 이후 재차 법원에 강제 집행 신청을 냈으나 판단이 미뤄지면서 아직까지 투자금은 묶인 상태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비슷한 소송이 잇따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암호화폐의 법적 성격을 명확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한상준 법무법인 대건 변호사는 “가상자산에 대한 법령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탓에 암호화폐를 법적 재화로 볼 수 있는 지도 불확실하다”며 “법원이 강제 집행 명령을 할 경우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 등도 구체화돼야 피해 구제가 가능해질 것”이라 말했다. 또 △대물 변제시 방법과 절차 △회계 처리 방식(무형자산인지 재고 자산인지) △자산으로 볼 경우 공정가치 산정 방식 △과세시 원천 징수 방식 △법인이 암호화폐 취득 및 처분시 법인세 대상인지 여부 등도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윤창현 의원은 “이번 소송은 암호 화폐 피해가 젊은 세대 뿐 아니라 평범한 중장년에게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며 “통상적인 정보통신 서비스 수준에서의 이용자 보호 조치까지 정부가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