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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조, 금형 등 국내 뿌리 산업의 주요 원자재로 활용되는 철이나 구리 스크랩이 중국에 무더기로 팔려나가면서 극심한 공급 부족난을 겪고 있다. 스크랩은 금속 제품을 만들 때 생기는 금속 부스러기를 가리킨다. 스크랩을 구하지 못해 제품 생산을 줄이고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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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銅) 스크랩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동 스크랩은 중국으로 8759t 팔려나갔다. 작년 4월 수출량(615t)의 14배 수준이다. 중국의 한 스크랩 수입업체는 국내 동 스크랩 8000t을 한꺼번에 현금으로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 스크랩의 1~4월 중국 수출량은 1만5804t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2483t) 대비 7배 증가했다.
중국이 경기 부양에 나서며 원자재를 급격히 빨아들이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작년 중국의 철강 수요는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9% 내외 증가했다. 올 1분기에도 15% 증가했다. 중국 정부가 탄소 배출량 절감에 나선 것도 스크랩 수요를 증가시켰다. 광물을 석탄과 태워 녹여 새로 만드는 것보다 전기로에서 폐금속을 녹여 재활용하는 것의 탄소 배출량이 적기 때문이다.
원자재 부족에 시달리는 중국의 스크랩 수집업체들은 웃돈을 주고 한국 스크랩을 사들이고 있다. 지난 24일 기준 중국으로 팔려나가는 철 스크랩 가격(두께 6㎜ 이상)은 t당 60만원 안팎이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가격보다 10~20% 이상 비싸다. 국내 스크랩 가격도 연일 급등세다. 1년 전 t당 26만원 하던 철 스크랩 도매가격은 급등해 21일 기준 47만원까지 올랐다. 지난해 5월 대비 80.7% 이상 오른 가격이다. 연초와 비교해도 25.3% 상승했다.
동 스크랩 가격 역시 급등했다. 5월 초 국제 구리 시세가 되는 런던금속거래소(LME) 가격은 t당 1만달러를 넘겼다. 지난해 3월 t당 4772달러에 팔렸던 것과 비교하면 2배 넘게 올랐다. 업계에서는 LME 가격의 90% 초·중반에 형성됐던 국내 동 스크랩 가격이 최근 99%까지 육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제된 전기동 가격이 1만달러면 같은 무게의 동 스크랩이 9900달러에 달하는 상황이다.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사전제작 콘크리트(PC)를 제작하는 S사는 최근 400억원 규모 공사를 낙찰받았지만 포기했다. S사 관계자는 “철 스크랩을 원료로 생산되는 철근 값이 한 달에 두 번씩 인상되면서 오더를 따와 봐야 손해를 보는 게 뻔해 어쩔 수 없이 공사를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국내 스크랩의 수출 제한에 나서거나 해외 스크랩을 수입할 때 관세를 인하하는 등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소재산업실 연구위원은 “유럽철강협회는 앞으로 철 스크랩이 모자랄 것으로 보고 수출을 막아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국도 마찬가지로 자원 순환의 중요성을 고려한 스크랩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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