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전 총리는 25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준석 돌풍’과 관련한 질문에 “대선 관리라는 게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 경륜 없이 할 수 있겠는가”라며 “우리나라엔 특별한 문화인 장유유서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영국 노동당에 에드 밀리밴드라는 39세 당대표가 나온 적 있는데 그 당이 정권을 잡는 데 실패하고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기억한다”고도 했다.
정 전 총리의 이런 발언에 일찍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40대 기수론’의 정당인 우리 민주당이 어쩌다가 장유유서를 말하는 정당이 됐느냐”며 “젊은 사람의 도전과 새바람을 독려해야 할 시점에 장유유서, 경륜이라는 말로 오히려 젊은 사람들이 도전에 머뭇거리게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도 “오스트리아의 쿠르츠 총리,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 모두 젊은 나이에 국가수반을 맡아 훌륭히 이어가고 있다”며 “국내외를 막론하고 사회 전 분야에서 청년들의 약진이 이어지는데 오직 우리 정치만 낡은 문법, 과거의 사고에 사로잡힌 상태”라고 지적했다.
정 전 총리로부터 장유유서 소리를 들은 당사자인 이 후보는 “공정한 경쟁을 위해 시험과목에서 장유유서를 빼자”고 응수했다. 정 전 총리는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이날 SNS에 “제 발언의 곡해로 오해가 있었나 보다”라며 “정당 내에 잔존하는 장유유서 문화를 극복해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준석 돌풍을 청년정치를 육성할 훌륭한 자극제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자신의 SNS에 이동학 청년 최고위원(39) 임명 이유를 소개하면서 “2030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최고위원이 필요했다”고 적었다.
민주당 내 40대 정치인인 김한규 법률대변인(47)은 “보수정당은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하면 원외 청년정치인을 당대표로 선출할 정도로 유연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민주당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형주/성상훈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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