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파의 인기 비결 가운데 하나는 멤버는 4명인데 8인조 그룹이라는 점이다. 4명의 실제 멤버와 각자의 세계관을 반영한 4명의 아바타 ‘아이(ae) 에스파’가 함께 활동하는 세계 최초의 그룹이다. 지젤-아이 지젤, 카리나-아이 카리나 등 멤버와 아바타 멤버가 공존한다. 아바타도 노래하고 춤추며, 인터뷰도 한다. 에스파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현실과 가상 세계의 경계를 초월하는 혁신적인 그룹을 만들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생소하고 낯선 시도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K팝이 ‘메타버스’ 열풍에 올라타고 있다. 아바타와 함께하는 아이돌 그룹이 많은 인기를 얻는가 하면, 아이돌 그룹들이 증강현실(AR) 기술을 통해 팬들의 공간으로 찾아가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가상 세계에서 뮤직비디오 공개, 팬 사인회 등을 하며 팬들의 아바타와 만나고 소통도 한다. SM엔터테인먼트, 하이브(빅히트), YG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대표 기획사와 SK텔레콤을 비롯한 통신사들은 메타버스와 관련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메타버스 세계에서 스타들은 팬과 더 가까워지고 있다. 현실에서 이뤄지기 힘든 ‘밀착성’과 ‘일상성’이 실현된다는 얘기다. 아이돌 멤버가 직접 팬들 앞에 나타나는 기술도 구현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SK텔레콤이 K팝 아티스트들과 진행하고 있는 ‘K팝 메타버스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SK텔레콤이 개발한 ‘점프 AR’ 앱에 스마트폰으로 접속하면 이용자가 있는 공간을 카메라가 비춘다. 그리고 그곳에 아이돌 ‘위클리’ ‘스테이씨’ 등 멤버들이 나타나 춤추고 노래한다. 아티스트가 집 또는 사무실로 찾아와 나만을 위한 공연을 해주고 친구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함께 춤추며 영상을 찍을 수도 있다. SK텔레콤은 메타버스 공간에서 K팝 스타의 콘서트나 팬미팅 개최도 추진하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 ‘블랙핑크’는 메타버스를 잘 활용한 대표적 사례다. 네이버 제페토에서 4600만 명의 팬을 대상으로 사인회를 연 것은 물론 가상 공간 ‘블핑하우스’도 꾸몄다. 팬들은 아바타를 통해 이 공간에서 사진을 찍고, 다른 팬들의 아바타와 얘기도 한다. 메타버스에서 또 다른 팬클럽 활동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7월 이후 블핑하우스의 누적 방문객 수는 1300만 명에 달한다. 이뿐만 아니라 팬들이 직접 방탄소년단, ITZY 등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의 가상 공간을 만들어 꾸미기도 한다.
지난해 9월 BTS는 ‘다이너마이트’의 안무 버전 뮤직비디오를 포트나이트에서 처음 공개했다. 빌보드를 휩쓴 곡인 만큼 가상 세계에서의 파급력도 막강했다. 국내외 팬들이 모여 아바타를 통해 뮤직비디오를 보고 함께 춤을 췄다. 이 뮤직비디오는 공개 후 1억 뷰를 달성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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