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2015년 인수한 롯데렌탈(옛 KT렌탈)이 연내 상장(IPO)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마지막 남은 재무적 투자자(FI)인 국민연금의 향후 행보에 업계에 관심이 쏠린다. IPO 흥행 여부에 투자 성패가 달렸지만 렌터카 산업에 대한 저평가 분위기 속에 결과는 아직 미지수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지난 11일 레드스탁이 보유한 롯데렌탈 지분 5.02%(59만 672주)를 452억원에 인수했다. 이로써 호텔롯데가 보유한 롯데렌탈 지분은 42.04%에서 47.06%로, 롯데 측이 보유한 지분은 70.47%에서 75.49%로 올랐다.
롯데렌탈의 나머지 지분은 국민연금이 주요 출자자로 참여하고 미래에셋대우가 운용하는 투자목적회사(SPC) 그로쓰파트너가 19.61%를, 당초 롯데 계열사로 인수에 참여했지만 현재 회사가 JKL파트너스로 주인이 바뀐 롯데손해보험이 4.9%를 보유하고 있다.
호텔롯데가 레드스탁으로부터 지분 인수를 마무리하면서 롯데렌탈 인수에 참여했던 FI 중에선 국민연금만이 남았다. 롯데 그룹은 2015년 5월 약 1조 200억원을 들여 1조 200억원에 KT렌탈을 인수했다. 당시 그룹 내 여유자금만으론 인수자금을 충당할 수 없었던 롯데그룹은 인수자금의 50%는 계열사를 통해, 나머지는 FI를 통해 조달했다.
레드스탁을 비롯해 인수에 참여한 다른 FI들(총 지분 약 30%)은 롯데 측과 TRS 계약을 체결해 5년의 만기를 두고 투자 원금과 연간 3% 안팎의 수수료를 보장받는 형태로 참여했다. 롯데그룹은 작년 5월부터 FI들과의 TRS 계약이 만료되면서 원금에 수수료, 추가 정산금액을 합쳐 현재까지 약 4500억원을 투입했다.
반면 국민연금 측은 지분 20%를 인수하고, 매수청구권, 상장 시 우선적 구주매출 권리 등을 받았다. 이 때문에 TRS 투자자와 달리 IPO를 통해 회수하거나 해당 지분을 다시 매각하는 방식 등으로 투자 회수 방안을 찾아야 한다.
롯데렌탈이 의욕적으로 연내 IPO 마무리를 천명한만큼 국민연금은 일단 IPO를 통한 투자 회수를 기본 방향으로 잡고 있다. 현재 업계에서 추산되는 롯데렌탈의 상장 가치는 1조 5000억원~2조원대다. 롯데렌탈 인수가가 약 1조 200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국민연금 측의 투자금액은 약 2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시장의 예상대로 상장이 이뤄질 경우 구주 20% 가량을 보유한 국민연금으로선 나쁘지 않은 이익을 거둘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호텔롯데와의 IPO 공모가가 원금 회수 수준을 하회할 경우 원금에 추가로 2% 가량의 수익을 보장하는 주주 간 계약을 맺어 원금 손실 위험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롯데렌탈의 상장 흥행 여부에는 아직 물음표가 붙는 상황이다. 롯데그룹의 인수 이후 롯데렌탈의 영업이익은 2015년 942억원에서 작년 말 1643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실적 개선은 뚜렷한 상황이다. 한동안 코로나19 여파로 얼어붙었던 렌터카와 중고차 판매 등 주력 사업의 인기가 백신 도입으로 인한 관광업 회복 기대감과,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인한 중고차 가격 상승 등으로 회복되고 있는 것도 긍정적 요인이다.
다만 SK네트웍스?SK렌터카 등 경쟁업체들의 규모 확장으로 경쟁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위협 요인이다. 일각에선 국민연금이 IPO전 지분 매각을 검토 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인플레이션과 이로 인한 금리 인상 등 유동성 축소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IPO를 통한 투자 회수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에서다.
황정환/차준호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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