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연구진이 아스트라제네카(AZ)와 얀센의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중 하나로 지적된 혈전(혈액 응고)의 원인을 밝혀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백신 스파이크 단백질 변형을 통해 이 같은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26일(현지시간) 더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괴테대 주도 연구팀은 이날 코로나19 백신의 희소 혈전 사례 원인 연구 결과를 공식 출판 전 논문을 통해 공개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미국 존슨앤드존슨(J&J)의 제약 부문 계열사 얀센의 코로나19 백신은 그동안 접종 후 4∼14일에 혈소판 감소를 동반하는 매우 드문 혈전증인 뇌정맥동혈전증(CVST), 내장정맥혈전증(SVT) 등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영국에서는 AZ 백신 접종자 3300만 명 중 309명에게서 이 같은 혈전증이 발견됐고, 이중 56명이 사망했다. 유럽에서는 1600만 명의 접종자 중 최소 142명이 이 같은 혈전증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연구팀은 이 같은 혈전증이 신종 코로나(SARS-CoV-2)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세포의 잘못된 부분으로 보내졌을 때 발생하는 '유동 돌연변이 단백질'(floating mutant proteins)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AZ와 얀센 백신은 바이러스 매개체 백신으로, 약한 버전의 감기 바이러스(아데노바이러스)에 비활성화한 코로나 바이러스를 집어넣은 뒤 인체에 투입해 면역 반응을 끌어내는 원리다.
연구팀은 구체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신체 속으로 들여보내는 아데노바이러스 매개체가 문제를 불러오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 방식에 따르면 스파이크 단백질이 세포질의 액상 부분인 시토졸(cytosol)이 아닌 세포핵(nucleus)으로 보내진다. 세포핵으로 주입되면 스파이크 단백질의 특정 부분이 떨어져나와 돌연변이 버전을 만들게 된다.
이러한 돌연변이 단백질들은 세포막에 결합하지 못하고 대신 세포에 의해 신체에 분비되는데, 이것이 약 10만 명당 1명꼴로 혈전을 유발한다는 설명이다.
반면 바이러스의 유전정보가 담긴 '메신저 리보핵산'(mRNA·전령RNA)을 이용해 개발된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스파이크 단백질의 유전물질을 세포액(cell fluid)으로 전달하는 만큼 세포핵으로 들어가지는 않는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롤프 마살렉 쾨테대 교수는 "바이러스 유전자들이 세포핵에 있을 때 몇몇 문제를 발생시킨다"고 설명했다. 마살렉 교수는 백신 제조업체가 이 같은 분열을 방지하기 위해 스파이크 단백질 시퀀스를 수정하면 문제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우리가 가진 데이터를 통해 이러한 시퀀스를 변형시키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다"며 구체적으로 스파이크 단백질이 의도하지 않은 변형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살렉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와 관련해 J&J와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다만 아스트라제네카와는 아직 접촉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일부 과학자들은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는 아직 가설에 불과하며, 더 많은 실험 데이터를 통한 입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연구팀은 독일의 백신 승인 담당 기관인 파울에를리히연구소(PEI)에 연구 결과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J&J는 "우리는 의료 전문가 및 글로벌 보건당국과 협력해 이같은 희귀 사건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분석을 지원하고 있다"며 "이용 가능해지면 연구 결과를 검토하고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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