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는 삼겹살, 족발은 앞발, 소고기는 등심·안심, 닭고기는 다릿살.’
한국인의 대표적인 육류 소비 패턴이다. 공식처럼 굳은 식습관으로 육류의 많은 부위가 오랫동안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외면받던 육류 부위들이 오랜 설움을 딛고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돼지볼살 관자살 뽈항정살 돈마호크 등 생경한 이름의 특수 부위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어서다. 코로나19로 ‘돌밥’(돌아서면 밥한다)에 지친 사람들이 색다른 맛을 찾아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몰 쓱닷컴에서 올 들어 지난달까지 돼지 볼살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배 이상 늘었다. 가브리살은 6배나 증가했다. 대중적인 특수 부위인 갈매기살(137%)과 항정살(47%)의 매출 증가세를 크게 웃돈다. 지난달 판매하기 시작한 돈마호크(뼈등심삼겹)는 곧바로 특수 부위 매출 상위 3위에 입성했다. 같은 기간 삼겹살 매출은 10% 늘어나는 데 그쳤다.
돼지 볼살은 두항정살(목과 어깨 부분) 관자살(눈과 코 주변)과 함께 대표적인 머리 특수 부위다. 볼살은 담백하고 두항정살은 지방이 많아 둘을 합친 뽈항정살로 많이 먹는다. “도축업자들이 뒤로 빼돌려 자신들만 먹었다”는 말이 있을 만큼 맛있다는 평가다. 돈마호크는 돼지 등갈비에 붙은 고기로 등심과 가브리살, 삼겹살이 붙어 있다. 토마호크스테이크의 돼지 버전으로 돌도끼 모양이다.
쓱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특수 부위 전체 매출은 전년보다 35% 증가했다. 삼겹살(15%) 증가세를 웃돌았다. 쓱닷컴 관계자는 “지난해 12월부터는 가브리살을 직매입해 판매하고 있다”며 “소고기도 보섭살, 삼각살 등 특수 부위 수요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간편식 전문 온라인몰 쿠캣에서는 지난해 8월 출시된 ‘도원결의 특수 부위 3종’ 제품이 인기다. 볼살과 두항정살, 관자살 등 부위당 4900원짜리 제품이 1분기에 1억원어치 팔렸다. 매달 매출이 20% 이상 뛰고 있다.
특수 부위의 인기를 끌어올린 건 외식업계다. 최근 몇 년간 특수 부위 전문점이 늘었다. 서울 중구에 있는 금돼지식당은 눈꽃목살 등목살 등을 팔아 ‘미쉐린가이드 2021’에 ‘빕구르망’(4만5000원 이하에 좋은 음식을 제공)으로 선정됐다. 현대백화점 식품 온라인몰은 모둠 구이 밀키트도 내놨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반응이 좋은 편이다. 낯선 식재료에 도전하는 것을 즐기는 이들은 SNS에 ‘특별한 경험’을 자랑하며 특수 부위 인기에 기여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특수부위’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은 7만6000건 이상이다. 코로나19는 특수 부위 열풍을 온라인으로 옮겼다. 돼지고기를 납품하는 도드람푸드 관계자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특수 부위 수요가 커지면서 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e커머스 등 온라인 시장에서 특수 부위 납품 요청이 크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에서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돼지 특수 부위 매출이 37% 늘었다. 롯데마트는 27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냉동 돼지 머릿고기를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할인하는 행사도 연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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