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악재' 남양유업, 외통수 몰려 결국 매각

입력 2021-05-27 19:32   수정 2021-05-28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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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의 전격적인 지분 매각 결정은 외통수에 몰린 상황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불가리스 코로나19 마케팅’ 사태 이후 남양유업은 사업 영위 자체가 어려운 신뢰의 위기에 봉착했다. 업계에선 “매각 외엔 다른 방법이 없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7일 홍 전 회장이 남양유업 비상대책위원회에 보낸 답변서에도 지배구조가 언급됐다. 등기이사인 홍 전 회장 모친과 아들의 사임을 밝히며 “대지주 지분구조까지 포함해 모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국민적 지탄 속에 회사 매출의 핵심인 세종공장 영업정지까지 앞두고 더 이상 피해갈 길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남양유업의 마케팅 후폭풍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고발에 이어 경찰은 남양유업 본사와 세종연구소 등 여섯 곳을 압수수색했다. 소비자들은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 이후 8년여 만에 다시 남양유업 불매운동에 나섰다.

홍 전 회장은 “모든 사태의 책임을 지고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사과했지만 성난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의사도 밝혔으나 “악어의 눈물”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2013년 물량 밀어내기 사건과 외조카 황하나 사건, 지난해 발생한 온라인 댓글 논란에 이어 불가리스 코로나19 마케팅 사태까지 터지자 소비자들이 남양유업에 완전히 등을 돌렸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세종공장 영업정지 최종 심사 전에 매각 결정을 내린 점을 주목한다. 세종시는 다음달 24일 남양유업의 의견을 듣는 청문 절차를 진행한 뒤 세종공장의 영업정지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최대 2개월 영업정지 처분 가능성이 높다. 세종공장은 불가리스뿐만 아니라 남양유업 전체 제품의 약 40%를 생산하는 곳이다.

한앤컴퍼니는 남양유업 인수 후 수요가 급감하고 있는 흰 우유 외에 새로운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13년 웅진식품을 사들인 뒤에도 다른 기업을 추가로 인수, 사업영역을 확대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볼트온 전략’을 썼다. 동부팜가야를 추가로 인수해 상온주스 시장을 장악하고 제과 생산업체 대영식품을 인수해 제품을 다변화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우유 회사라고 우유만 팔던 시대는 지났다”며 “남양유업의 주인이 바뀌면서 시장에 큰 변화가 올 것 같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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