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양호 부장판사)는 28일 강제징용 노동자와 유족 85명이 일본제철·닛산화학·미쓰비시중공업 등 16곳의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소송의 첫 변론 기일을 열었다. 재판부는 "이미 두 차례 대법원의 판단을 받았던 사건으로 법리가 다 정리됐다"며 다음 달 10일을 선고기일로 지정한 뒤 재판을 마무리했다.
피해자 측 소송대리인은 재판부에 국가기록원이 보관하고 있는 문서를 확보하기 위한 문서송부 촉탁을 신청하겠다고 밝혔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각 일본 기업의 소송대리인들은 “원고 측도 주장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라거나 “대법원이 법리는 정리했을지 몰라도 이번 사건은 개별 사실관계에 대한 주장이 부실하다”며 추가 변론 기일 지정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 사건이 우리 재판부가 담당하는 사건들 중 가장 오래됐다”고 설명했다. 또 “법률적 문제이고 (판결 선고까지) 오래 기다렸다”며 선고를 늦춰달라거나 추가 변론기일을 지정해달라는 피고 측 요청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지켜본 일제강제노역피해자 정의구현 전국연합회 장덕환 회장은 “재판이 6년 동안 이어지면서 원고 중 10여 명이 세상을 떠났다”며 “그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던 피고 측이 갑자기 선고를 연기해달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8년 10월 30일 이춘식씨를 비롯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제철(옛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여 1인당 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피해자들은 같은 취지의 소송을 잇달아 제기했다. 이 소송은 역대 강제징용 피해 소송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사건은 2015년 제기됐으며 일본 기업들이 수년 동안 소송에 응하지 않아 지난 3월 공시송달이 이뤄졌다. 일본 기업들이 뒤늦게 국내 변호사들을 대리인으로 선임해 대응하면서 이날 변론이 진행됐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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